자택 인근 산에서 목맨 채 발견… 유서엔 "가족들에 미안하다"
  •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북한산 자락길 입구에서 경찰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대문구 북한산 자락길 입구에서 경찰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25분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실락공원 인근 산에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전 의원의 부인은 이날 오후 3시58분 자택에서 유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의 가족은 유서에 적힌 “미안하다는” 말 외에 다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드론과 구조견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서다 정 전 의원의 시신을 발견, 오후 6시50분쯤 구급차에 옮겨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했다. 고인의 빈소는 17일 이른 아침 해당 병원에 차려질 전망이다.

    경찰은 정 전 의원이 발견된 장소에서 50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정 전 의원의 휴대전화 위칫값을 확인, 수색을 벌여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최근 정 전 의원을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연합뉴스>에 "정 전 의원이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최근까지도 약을 먹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용태 "우울증 호전됐는데… 충격"

    사고 현장을 방문한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두언 전 의원이 그간 우울증을 숨기지 않고 적극 치료를 받았고 상태도 호전됐었다"며 "상태가 호전돼 식당도 운영하고 방송도 했는데 이런 선택을 한 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불과 몇 주 전에는 정태근 전 의원과 셋이서 저녁에 만나 정치 이야기도 나눴고, 그때만 해도 전혀 (우울증 등으로 힘든) 낌새는 못챘다"며 "지난주쯤 안부전화를 하고 8월에 저녁식사를 하자는 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조사 내용은 유족 의사를 존중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MB의 남자'… 전날 밤에도 시사프로 출연

    한편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왕의 남자'라고 불렸다. 2007년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전략기획 총괄팀장을 맡아 대선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던 '55인 파동'을 주도한 뒤, 정권 주류 진영에서 밀려났다. 

    정 전 의원은 2012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되기도 했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고 정치적으로 재기했지만 20대 총선 때 4선 도전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종편 패널로 출연하고 일식집을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았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최근까지 시사 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해왔는데도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MBN '판도라'에 매주 출연해 국내 정치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했고,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사건건'의 한 코너에도 출연 중이었다. 
       
    정 전 의원은 전날 오후에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심해지는 한일 갈등과 여야 간 정쟁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