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제외 국내외 기관들 암울한 전망…삼성·SK하이닉스 임직원 8만 명 생계 달려
  • ▲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재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1일 오후 수출상황 점검회의가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재로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계획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4일부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공정에서 불순물 제거 용도로 사용되는 에칭가스와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레지스트, 총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우려스러운 것은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 GDP성장률은 2.7%에서 1.4%로 낮아진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 산업에 그만큼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5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56조 원,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이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총 영업이익 가운데 반도체 부문이 3조3000억 원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2018년 매출은 40조4451억원, 영업이익은 20조 8438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대기업들이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로 직격탄을 맞게 되자 문재인 정부를 제외한 국내외 곳곳에서는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켓은 지난 3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세계 무역의 긴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 젤렉 IHS 마켓 반도체 담당 이사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소재의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경우 메모리를 비롯한 다른 반도체 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렉 이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소재의 분량을 감안했을 때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일본 외에 필요한 양을 공급해 줄 수 있는 대체 공급원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 2일 발표한 한국의 하반기 수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소재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이번 규제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또한 일본이 반도체 제조 소재 공급을 3개월 이상 완전히 중단할 경우 한국 반도체 생산 차질은 물론 주요 기업의 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감소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총 임직원수는 10만4355명이다. 금융감독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 중 반도체 부문에 종사하는 직원의 수는 5만3103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볼 때 국내에 근무하는 직원은 2만7768명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대폭 줄어들 경우 이들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