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혐의로 기소… '재판 병합'으로 나란히 피고인석 앉아
  • 성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수 정준영(30·사진)과 전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29)이 나란히 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앞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준강간·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각각 따로 기소됐던 사건들이 지난 5일 하나로 병합되면서 정준영·최종훈·권OO(유명 걸그룹 친오빠)·김OO(클럽 '버닝썬' 전 직원)·허O(YG엔터테인먼트 전 직원) 등 5명의 피고인들이 함께 재판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

    27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법정에 각자 변호인을 대동하고 출석한 이들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검찰이 제출한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보고서 등을 증거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증거인부'를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 대부분은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동의할 수 없다"는 말을 수차례 내뱉었다. 오죽하면 판사가 "지금 수사보고서 대부분을 부동의 하는 것이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정준영 "강간이 아닌 합의에 의한 성관계"

    우선 정준영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2016년 3월 20일 특정 여성을 준강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다른 이들과 특정 여성을 준강간하기로 계획한 적도 없고, 더욱이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도 아니었다"며 "당시의 성관계는 강간이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준영은 지난달 10일 열린 1차 공판에선 "('몰카' 촬영·유포 등의 혐의를 적시한)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동의한다"고 밝혔었다.

    또한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보고서를 보면 첨부된 카카오톡 대화 일부 순서가 바뀌었고, 수사관의 의견이 새로 첨부됐다"며 "이런 부분은 증거로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명 걸그룹 멤버의 친오빠로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던 권OO 씨는 변호인을 통해 준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하고 다른 공소 사실(준강간 등)은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권씨를 대신해 법정에 참석한 변호인은 "공소 사실 중 강간미수로 적힌 첫 번째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헛개수를 마시다가 2층으로 같이 올라갔는데, 당시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두 번째 사건에서 성관계는 인정하지만, 피해자가 반항이 곤란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카메라로 피해자를 찍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영상에 찍힌 손이 피고인의 것인지도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변론했다.

    최종훈 "피해 여성이 항거불능? 사실 아냐"

    최종훈의 변호인은 "2016년 1월과 3월에 발생한 사건에 피고인이 가담했다는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일부 공갈은 있었지만 성행위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인은 "3년도 더 지난 사건이라 베란다에서 만났다는 정도 밖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껴안거나 키스를 시도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설령 피해자와 성관계가 있었다하더라도 당시 피해자가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 경위, 호텔에 들어간 경위, 사건 전후로 피해자와 피고인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봤을 때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클럽 '버닝썬'에서 MD(Merchandiser)로 근무했던 김OO 씨는 변호인을 통해 "2016년 1월에 발생한 사건에서 성추행을 한 것은 인정하나 합동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혐의는 부인하고, 3월에 발생한 사건에선 피고인의 추행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 전 직원인 허O 씨도 공소 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허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술에 취한 여성을 강간하려 한 적이 없다"며 "미리 소지했던 키를 이용해 피해자의 방에 들어갔던 건 맞지만, 이는 짐을 찾기 위해 갔던 것이지 성관계를 지켜보거나 가담할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만에 하나 공소 사실과 유사한 일이 있었다하더라도 성희롱정도였지 절대 강간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2015~2016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불법 촬영한 신체 사진과 성관계 영상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로 지난 3월 21일 구속된 정준영은 절친한 친구 사이인 최종훈·권OO·김OO·허O 등이 집단성폭행 혐의로 차례로 기소되면서 '공범'으로 간주돼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정준영 등 5인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같은 해 3월 대구에서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특수준강간 등)를 받고 있다.

    정준영·최종훈 등이 피고인으로 참석하는 차기 재판은 오는 7월 16일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준영, 지난 공판에선 "가수" 이번엔 "무직"

    앞선 재판에서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가수"라고 답했던 정준영은 이날 공판에선 "없습니다"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 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여론 지형이 불리해진 점을 감안해 재판부에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종훈도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답했다.

    2012년 방영된 엠넷 '슈퍼스타 K 시즌4'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정준영은 뛰어난 입담으로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고정 출연하는 등 '몰카 성범죄 사건'이 터지기까지 최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

    인터넷 '얼짱' 출신으로 2007년 그룹 FT아일랜드 멤버로 데뷔한 최종훈은 다수의 웹드라마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가수활동과 연기활동을 병행했다. 불법동영상 공유 의혹 등이 불거지자 지난 3월 14일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팀에서 자진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