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성적 논란' 숙대 강연 후 자제... "야당 대표가 입 닫으면 되나" 한국당 쓴소리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서울 장충체유관에서 열린 6.25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서울 장충체유관에서 열린 6.25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잇단 '실언' 논란으로 설화(舌禍)에 휩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셀프 입단속'에 들어가자 당내 반발이 심하다. "야당 대표가 그 정도로 입을 닫아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26일자로 취임 120일째를 맞았다. 지난 25일 6·25 제69주년을 맞아 장충체육관 기념식 참석과 중앙보훈병원 방문 일정을 이어간 황 대표는 현장에서의 별도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파행된 국회 관련 질문에는 "원내 문제"라며 발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 24일 "언론과 백브리핑을 줄이겠다"고 한 연장선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식 석상 이외의 자리에서 괜한 말실수로 인해 구설에 오르는 것을 미연해 방지하겠다는 측면이라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입 닫는다니" 우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제 아들이 학점이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로 별다른 스펙 없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스펙보다는 남과 차별화된 역량이 중요하다. 객관적 스펙은 취업현장에서 큰 결정력이 없었다"고 발언했는데, 이게 여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단서가 됐다. 

    여당은 곧장 "황교안 대표 아들 취업특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고, 실제로 황 대표 아들이 토익 800점대가 아닌 900점대라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황 대표는 "높은 점수를 낮게 말한 것도 거짓말이냐"고 반문했지만 여권의 공세는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국무총리의 아들도 이렇게 취업을 어렵게 한다는 차원, 스펙이 아닌 역량을 활용한 합격 일화를 소개한 건데 그게 실언이냐"는 반응과 함께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했다. 정무감각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황 대표가 아예 입을 닫은 것과 관련해서는 더 큰 지적이 나온다. "말실수 좀 했다고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진짜 해야 될 말도 못하고, 그게 무슨 야당 대표냐"는 비판이다. 또 범여권과 대립구도를 형성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국회 기자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황 대표의 '입단속' 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번에는 5·18을 두고 자당 의원을 징계하지 않았나. 이번에는 대표 스스로 입을 닫았다. 그러면 한국당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황 대표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실수를 줄이기 위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행위는 야당 대표로서,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