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평화계획' 얼개…"500억 달러 투자 유치해 팔레스타인 GDP 2배로 신장"
  • ▲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뉴시스.
    ▲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한 '중동평화계획'의 구체적 내용이 25일(현지시간) 바레인에서 열리는 경제 워크숍을 통해 공식 공개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카드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행사는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미 해군 제5함대가 자리 잡은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이틀에 걸쳐 열린다. 행사를 통해 공개될 '번영을 향한 평화(Peace to Prosperity)'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제이슨 그린블랫 중동특사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경제개발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소하고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약 58조175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팔레스타인의 GDP를 2배로 증가시키고,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을 획기적으로 퇴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목표 투자유치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을 위해 사용될 것이며, 나머지는 요르단·이집트·레바논에도 배정될 예정이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경제개발을 위해 179개의 인프라 건설사업을 제시했으며, 이 중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등 교통로 건설계획도 포함됐다.

    쿠슈너는 이 접근법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폐허가 된 서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1948년 제시한 마셜 플랜과 유사한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이 자금을 댄 마셜 플랜과 달리 이 계획은 자금 부담의 상당부분을 중동의 부국들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맡도록 했다.

    쿠슈너는 앞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자신의 계획이 자주국가를 향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열망을 돈으로 매수하는 시도라며 평가절하했다"고 소개하며 "만약 그들이 이 계획을 실천할 용기를 갖는다면 그들에게는 '세기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와 유대인 지역을 구분하는 분리장벽의 모습ⓒ뉴시스.
    ▲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와 유대인 지역을 구분하는 분리장벽의 모습ⓒ뉴시스.
    정치적 문제는 빠진 미완성 계획이라는 지적도

    하지만, 쿠슈너의 바람과 달리 정치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발전을 논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 의장은 "돈과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더 중요하다"며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현재 팔레스타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계획을 일단 들어보고 검토하겠지만,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계곡 등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에서 20여 년간 중동평화협상에 참여했던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분쟁을 겪는 대상들이 필요로 하는 정치적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이나 무역, 원조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활용하려는 것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또한 팔레스타인과 관계된 까다로운 정치적 문제가 모두 빠졌다고 지적하며 "이번에 미국이 선보이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바레인의 여름 뙤약볕 아래의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내 전문가들 “이란 견제로서도, 트럼프 재선 위해서도 긍정적”

    로이터통신은 '중동평화계획'의 발표가 이뤄진 시점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매우 친밀한 반면 팔레스타인과는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돌입하기 전이라는 데 주목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민정훈 교수는 "많은 사람이 '중동평화계획'의 형태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던 것 같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은 지난 대선의 공약으로 분명히 해온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내세웠던 친이스라엘, 사우디와 공고한 관계, 이란 견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나쁘지 않고, 공약 실천 사례로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재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의 박현도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결정사항은 인도주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재선과 밀접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란과 전쟁에 돌입하지 않은 것도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동평화계획'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군이 되는 유대인 세력에 중요한 메시지가 가며,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가 빠진 것도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역시 재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