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현실서 헤매는 지도부에 불만… "당론 따르다 총선 떨어질라" 볼멘소리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최저임금 등 주요 정책들과 관련한 내부 이견으로 몸살을 앓는다. 

    민주당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시작으로 동남권신공항·자립형사립고(자사고) 축소 등 당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불만에 직면한 상황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반감도 표출됐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당 회의에서 "많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경영여건상 최저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경기하강 위험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번엔 동결에 가깝게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기 위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끈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김해영 "중소기업·자영업자 어려워… 최저임금 동결돼야"

    앞서 송영길 의원도 10일 "경제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기업인·자영업자들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동결론을 주장했다. 최근에는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이 이해찬 대표에게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 동결을 당론으로 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노동계 전반에서 일어날 반발을 우려해 아직 방침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최저임금 동결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또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문제와 관련해 "행정행위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정당성이 인정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감의 성과 평가가 절차의 적법성을 충족하는지, 지정 취소로 얻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비교 형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취소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문제는 최근 전주 상산고 등의 재지정 취소 결정 논란이 불을 댕겼다. 지난 20일 전북교육청이 상산고 재지정 평가를 하면서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았다며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으면서다. 또 이 취소 절차가 다른 자사고와 비교해 일부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며 논란을 부추겼다.

    호남 출신 정세균 "상산고 재지정 탈락, 이해 어렵다"

    호남 출신인 당내 '거목'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20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상산고 재지정 탈락 과정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교육부가 제시한 평가 가이드라인은 70점이었는데, 전북교육청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80점을 (재지정 취소 여부의)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지정보다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행정절차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자사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찬반을 둘러싼 여론의 마찰음이 커질 가능성도 예고했다.

    김해신공항 건설 백지화 및 가덕도신공항 지정 문제를 놓고는 당에서 김부겸·홍의락 등 TK(대구·경북)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국책사업 결정에서 최소한 절차적 정당성이나 형평성 문제를 간과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급인 김부겸 의원은 지난 21일 '연합뉴스'에 "(부산·울산·경남) 3개 지자체가 합의를 깼다고 해서 나머지 (대구·경북) 2개 지자체가 그냥 따라가야 하느냐"며 "이걸 깨서 가덕신공항으로 가게 되면 씻을 수 없는 갈등이 남는다"고 반발했다.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당 의원들의 '각자도생'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지역 표를 얻기 위한 것이지만, 내년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며 여권 내 생존경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25일 "정책이라는 게 원래 금방 효과가 안 나타나기도 하고 현장민심은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민감한 의원들은 당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간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