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시진핑 통해 트럼프에 새 비핵화 방안 제안” 정한범 “평화협정 제안할 것”
  • ▲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한 뒤 김정은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한 뒤 김정은과 함께 카퍼레이드를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방북, 김정은과 만난 뒤 21일 귀국했다. 중국 관영 CCTV는 20일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의 회담 내용을 간략하게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두 정상이 오후 4시경 회담을 가진 뒤 함께 만찬과 공연 관람을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이 새로운 비핵화 방안을 시진핑에게 제시,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한범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번에는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中北언론의 ‘알맹이’ 없는 시진핑·김정은 회담 보도

    중국 CCTV에 따르면, 김정은은 20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지난 1년 동안 북한은 정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조치를 했지만 유관국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데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화답했다. 미국과 북한, 한국 사이에서 이뤄지다시피 했던 북한 비핵화 협상에 중국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보도에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이 회담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일 환영만찬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 인민은 김정은이 조선노동당과 정부, 인민을 영도하여 사회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실시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정을 추동함으로써 자체 발전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정도만 전해졌다.

    태영호 전 공사 “새 비핵화 방안 제시할 것”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중국과 북한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에게 새로운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20일 일본 도쿄외국특파원 협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은 새 비핵화 방안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고, 이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안에 서명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안에 서명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데일리 DB.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시 주석을 G20 정상회의 때 중재자로 이용하기를 원한다”며 “다음 주 시 주석이 일본에 오면, 북한의 새 비핵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새 비핵화 방안에는 영변 이외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5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기하거나 공개할 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서는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미국이 북한의 새 비핵화 방안을 수용하면, 3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한범 교수 “판 점점 커져…평화협정 제안할 수도”

    국방대학교 정한범 교수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갈수록 판이 커지는 양상이 특징”이라며 “북한이 이번에는 평화 프로세스의 최종 단계인 ‘한반도 평화협정’을 미국 측에 제안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한범 교수의 설명은 이랬다.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며 미국을 위협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 이때 나온 제안이 종전선언과 남북-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 조건을 계속 유지하자 올해 2월 하노이 회담 때는 동창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부분적 경제제재 해제와 유엔사 해체를 요구했다. 이마저도 안 먹히니 이제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협정을 최종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첫 번째 종전선언, 두 번째 유엔사 해체 등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받아주지 않자 최종목표를 아예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북한은 두 번째 협상카드를 계속 내밀면서 요구하면 자신들이 미국에 매달리는 모습이 되고 스타일이 구겨지니까 세 번째 협상카드를 새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아마도 ‘한반도 평화협정’ 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경제제재 해제는 부수적인 사안으로 포장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북한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제시하면, 마치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반도 평화협정’이 주제가 되면 중국이 당사자로 끼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자기네가 한반도 평화협정의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간에 가능하지만 한반도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가 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렇게 한반도 평화협정이 주제가 될 경우에는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방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