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식제공' 최저임금에 산입 안돼 국내 근로자 역차별… 중소기업도 '외국인' 기피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기륭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기륭 기자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똑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라고 비판했지만, 황 대표는 "이야기의 본질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9일 부산 상공회의소를 찾은 황 대표는 현장 고충을 토로하는 기업인들을 향해 "차별은 기본적으로 없어야 하지만, 형평에 맞지 않는 차별 금지는 안 된다"고 전제하며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 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지급은 황 대표의 개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관련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요구 사항이었다. 제조업 중심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중가를 견디지 못해 외국인 고용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인력 신청률은 140.2%로 2017년 229.3%에 비해 경쟁률이 89.1%포인트 급락했다. `인건비 부담`(38.3%)이 신청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文정부 최저임금 인상, '일률적 적용'에 부작용 뒤따라

    또한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국인을 고용하면서 숙박, 식사 등을 제공하는 경우 그 금액 일부만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현물로 지급되는 경우에는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일률적 적용'에 따른 문제 제기가 지속돼 왔다. 황 대표의 지적은 근로 현장의 실제 민원들에 대해 해답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던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다. 송석준 의원은 지난 18일 농림·수산업 분야 등에서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노동자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과 이완영 전 한국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내 일자리 잠식도 문제

    외국인과 경쟁에서 밀려나는 우리나라 노동자가 겪는 고충도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의 인건비가 더 저렴하고, 임금이나 노동 교섭 시에 유리하니 기업에선 불법체류자가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들이려고 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 건설계열 노동조합과 사측간에 고용보장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일대의 새벽 인력시장에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약 90%에 달한다. 일을 배정받지 못한 소수 한국인 기능공은 "한 푼이라도 더 싼 저 사람들을 먼저 쓰니 우리 같은 숙련 기능공들마저 현장에서 다 밀려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인구 수는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에 숙식비 지원이 포함되지 않아서 외국인 실질적으로 더 많이 받은 문제는 산입 범위를 국제적 기준으로 모든 현물공여도 포함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외국인 일자리 잠식 문제는 외국인을 사용하는 기업에 인두세(신분 관계없이 부과된 일률동액의 조세)를 징수하고, 비자를 축소해서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외노자 소비, 내수경기에 도움 미미… 불법체류자 35만명 ‘활보’

    황 대표가 "외국인 노동자는 세금을 안 낸다"고 말한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으로 보인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17년 외국인 근로자가 신고한 소득세만 8407억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세금을 내지 않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불법체류자는 올해 4월 말 기준 35만 7106명에 달한다.  그들이 한국에 있는 목적은 임금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소득을 얻고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는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 되는 부분이 한국 노동자보다 덜하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소비를 하지만, 모은 돈의 대부분을 해외송금 하는 편이다. 반면 한국 노동자는 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저축을 하고, 더 많은 소비와 지출을 한다. 황 대표의 발언은 이런 실정을 감안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외국인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할 때에 정착 목적이 있는지를 별도로 심사하고, 취업비자가 길어질 경우에는 현지에 이민 및 정착을 유도한다. ‘오원춘 사건’과 같은 불법체류자의 범죄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기본적으로 없어야 한다고 전제했던 '차별'을 프레임으로 이용해 진의를 왜곡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0일 "현행 근로기준법와 ILO 협약을 위반하는 말인지 매우 의아하다"며 "차별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황교안 "터무니없는 비난… 현장 기업인들 살려달라 아우성"

    황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기업인들께서 여러 어려움들을 말씀하셨는데, 역시 최저임금 급등 문제를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서는 ‘차별’이니, ‘혐오’니 정말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다"며 "그러니 힘든 사정을 하소연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현장의 기업인들은 모두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야당 대표 공격에만 힘을 쏟아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정책을 밀어붙여 기업가, 근로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경제를 추락시키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라며 "그런데도 오히려 경제 살리자고 하는 야당 대표를, 그것도 외국인을 차별하자고 했다는 있지도 않은 거짓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데만 열을 쏟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