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김제동 강연료, 2012년엔 100만원대… 지금은 1000만원 훌쩍 넘어"
  • '고액 강연료' 비판에 직면한 방송인 김제동(45·사진)이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캠페인'과 모교에 (받은 강연료를) 기부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김제동이 기부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7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받은 강의료요? 조선일보 캠페인에 기부했죠"

    당초 대전 대덕구는 6월 15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 행사를 열고 김제동을 일일강사로 초빙하려 했으나 '강연료가 지나치게 많다'는 비난여론이 일자 지난 6일 오후 특강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김제동은 6일 밤 방영된 KBS 시사 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에서 자신이 대덕구청에서 받기로 한 특강료(1550만원)가 너무 많다고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을 거론하며 "강의료를 어디에 쓰느냐고 하는데, 조선일보 '스쿨 업그레이드 캠페인'과 모교에 5000만원씩 합쳐서 1억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사 식구들이 6명인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익을 내는 연예인이 자신밖에 없어 기획사 운영을 위해 이 정도의 강연료는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해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김제동이 언급한 '스쿨 업그레이드 캠페인'은 2007~2008년 조선일보에서 한시적으로 진행한 캠페인으로, 지금은 공식 홈페이지조차 사라진 상태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김제동은 2007년 4월께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캠페인에 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들어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인 그가 무려 12년 전 기부 사실을 들먹이며 '받은 만큼 기부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기부를 통한 '사회환원'을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 최근 지자체로부터 받은 강연료를 어느 곳에 얼마를 기부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혀 해당 지자체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 아니었을까? '고액 강연료' 논란이 일어난 이후 김제동은 상기한 '캠페인 기부' 발언 외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김제동이 기부활동을 많이 해온 건 사실이다. 2006년 불우이웃돕기성금으로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고, 2010년에는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을 위해 3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보낸 적도 있다. 사랑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2011년까지 김제동이 결손가정 어린이들에게 기부한 돈이 40억원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민간행사 강연으로 받은 수입을 기부하는 것과 지자체 예산으로 받은 수입을 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회적 환원이라는 차원에서 기부행위를 권장하고 칭찬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자체 예산은 합당한 용처에 적합한 규모로 올바르게 쓰여야 한다. 김제동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라고 예산을 집행하는 게 아니다. 구비나 시비는 오로지 지자체를 위해 집행돼야 하며, 그 용처와 규모는 주민들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의회가 결정할 일이다.

    김제동 강연료, 3~4년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

    게다가 지금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문제 삼는 부분은 김제동에게 지급된 강연료 액수가 3년 전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실과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실 등에 따르면 김제동은 ▲2014년 7월 17일 충남 논산(1000만원) ▲2017년 9월 20일 충남 논산(1620만원) ▲2016년 9월 22일 서울 강동구(1200만원) ▲2017년 12월 18일 서울 동작구(1500만원) ▲2017년 10월 서울 도봉구(1500만원) ▲2017년 4월 29일 충남 아산(1500만원) ▲2017년 11월 16일 충남 아산(1200만원) ▲2018년 11월 23일 경북 예천(1500만원) ▲2017년 11월 11·14·21·28·30일 경기 시흥·안산·수원·성남·김포(각 1300만원) ▲2017년 12월 19일 제주도(약 1000만원) ▲2018년 6월 15일 경남 양산(1500만원) 등 최근 3년 사이 각 지자체를 돌며 총 2억원에 달하는 강연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언주 의원실이 전국 지자체로부터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김제동은 2012년 11월 서울 금천구가 주최한 청소년 토크콘서트에서 2시간 동안 강연을 하고 100만원을 받았고, 2014년 9월 서울시가 주최한 '2014 함께서울 정책박람회' 행사에선 90분 동안 '사람이 사람에게'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300만원을 받았다. 최근 김제동과 비교·회자되고 있는 소설가 김훈 등이 받았던 것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과거 김제동이 받았던 강연료와 비교해볼 때 최근 지자체들이 김제동에게 지급한 강연료는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7년 전에는 100만원, 4년 전에는 300~400만원을 받던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보다 5~10배 더 많은 강연료를 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김제동이 문화계 화이트리스트 혜택을 받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권력층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자체장의 사심 때문에 이러한 화이트리스트 성격의 행사가 횡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10%라면 마이너스 90이라는 말인데, 돈도 없으면서 예산에 걸맞지 않은 이런 행사를 강행하는 이유가 개인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고 100%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