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신데렐라 이야기는 잊어라. 유리구두 대신 금빛 맨발의 신데렐라가 찾아온다.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가 오는 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2005년 첫 내한공연 이후 무려 14년만이다.

    이번 공연은 몬테카를로 왕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58)가 직접 디렉터로 참여한다. 1999년 초연한 '신데렐라'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으로 만든 버전들 중에 가장 성공한 발레라는 호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서사를 따라가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성숙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마이요 예술감독은 10일 오후 서울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즈니의 '신데렐라'와 많이 다르다. 궁극적인 목표는 동화를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라며 "프랑스 작은 마을 출신인데 공주가 만든 발레단에서 일하는 나야말로 신데렐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대에는 유리구두, 호박마차, 못된 계모와 언니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신데렐라는 맨발에 금가루를 묻힌 채 춤을 추며 장식 없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다. 왕자가 무도회 이후 신데렐라를 다시 찾는 단서도 금가루를 묻힌 신데렐라의 '반짝반짝한 맨발'이다.
  • 마이요 감독은 "신데렐라 혼자만 맨발로 공연한다. 그 모습을 통해 간단 명료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신데렐라의 발은 마법적인 부분이다. 격식을 벗어던진 자유와 소박함, 진취적인 여성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용수가 맨발로 춤을 춘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들이 옷을 벌거벗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저는 발레단에 '청중들에게 옷 벗은 모습을 보여줘라'고 항상 말한다. 자연스러운 감정을 보여주라는 뜻이다. 결국 왕자도 신데렐라의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정말 단순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특징은 신데렐라의 부모가 주역과 맞먹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속살이 훤히 보이는 금빛 타이츠 차림의 요정은 죽은 신데렐라 엄마의 화신이다. 첫사랑인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요정, 왕자가 각각 춤을 추는 장면은 공연의 백미로 손꼽힌다.

    '아빠' 역은 지난 1월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Soloist Principal)'로 승급한 발레리노 안재용(27)이 맡는다. 2016년 군무(코르드발레)로 몬테카를로에 입단한 안재용은 2017년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승급했으며, 1년 만에 두 단계를 승급했다.

    안재용은 "처음 승급 소식을 듣고 마냥 기쁘기보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이 먼저 들었다"면서 "이제는 단순히 역할을 소화하기 보단 캐릭터에 깊이 파고들어 그 인물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을 표현해 나만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며 포부를 다졌다.
  • 또, 기존의 동화 속 아빠와 다른 점에 대해 "첫 파드되(2인무)를 통해 아빠와 엄마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해 신데렐라와 왕자의 사랑으로 대가 이어진다"며 "딸을 가진 아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데렐라의 마지막 남아있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매개체"라고 소개했다.

    지난 8~9일 대구 공연을 마친 그는 "공항에 입국할 때 뜻하지 않은 환대에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러웠다.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첫 공연에 임했다.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공연 후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감동을 받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전설적인 러시아 발레리노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1929년 사망하고 해산된 발레 뤼스의 뒤를 이어 1932년 결성됐다. 1985년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딸 카롤린 공녀에 의해 왕립발레단으로 새 출발했다. 마이요는 1993년부터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초빙됐다. 

    마이요 감독은 "모나코는 예전부터 디아길레프를 통해 무용이 중요한 부분이 됐다. 발레는 음악, 무용, 오케스트라 없이 할 수가 없다. 모나코에서는 러시아의 여러 전통을 이어받아 계승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스토리를 고전 발레가 함께 숨 쉬면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마스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