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中‘하이크 비전’CCTV 8월 퇴출" 국방수권법 통과… 기술수출 제한도 검토
  • ▲ 미국 상무부가 '기술수출 제한대상'에 올리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中감시체계 업체 '하이크 비전'의 상품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상무부가 '기술수출 제한대상'에 올리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中감시체계 업체 '하이크 비전'의 상품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상무부가 중국 최대 감시체계기업 ‘하이크비전’을 기술수출제한 대상자 명단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제재는 화웨이가 받은 것과 동일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하이크비전이 미 상무부 기술수출제한 대상에 지정될 경우 미국기업들이 기술협력이나 제휴를 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은 하이크비전이 중국 인민을 억압하고 감시하는 데 조력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검토 중이다.

    세계 언론들은 미국이 무역분야를 넘어 경제 전반에서 중국을 옥죄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와 호주 국방부 등이 보안 취약점을 이유로 지난해 하이크비전 제품을 퇴출시킨 사례를 지적하며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 문제’라고 풀이하는 언론도 많다.

    한국은 이런 세계적 추세에도 서울시·경찰청·과천정부청사 등에서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를 사용한다. 보안전문매체 '보안뉴스'에 따르면, 한국은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의 최대 고객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이 지분 42% 보유한 ‘하이크비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이크비전은 세계 최대 IP카메라 및 감시체계기업이다. 회사 소개에 따르면, 직원은 2만6000여 명, 그 중에서 1만3000여 명이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다.

    하이크비전 본사는 중국 항저우에 있다.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내 30여 지사 외에 캐나다·미국·영국·한국 등 세계각국에 38개 지사를 두었다. 하이크비전의 주인은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라는 기업으로 지분 42%를 갖고 있다. CETC는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소속이다.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는 폐쇄형 카메라(CCTV)가 아니라 네트워크 망을 사용하는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다. 영상 저장도 ‘클라우드 서버(통신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가상 저장소)’에 할 수 있다. 전원만 공급할 수 있으면 무선으로 영상을 송수신하는 것은 물론 제어, 음성경고도 가능하다. 가격은 미국·일본·독일 제품보다 저렴하다. 선진국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의 감시 카메라에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안면인식기술까지 탑재했다.

    이렇다 보니 하이크비전은 세계 감시카메라 시장에서 9년째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보안뉴스'가 지난해 7월 ‘중국산업전망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세계 감시카메라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점유율은 28.8%다. 지난해 3월 열린 ‘세계 보안 엑스포 2018’ 당시 공개된 하이크비전의 2016년 세계시장점유율은 21.4%나 됐다.
  • ▲ 中'하이크 비전'이 선보인 실시간 안면인식 시스템 시연. 3초만에 특정인물의 개인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하이크 비전'이 선보인 실시간 안면인식 시스템 시연. 3초만에 특정인물의 개인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동의 세계 1위 감시카메라업체여서인지 한국·미국·일본·독일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하이크비전이 만든 제품을 사용한다.

    미국 2019년 8월 ‘하이크비전 제품 전면 퇴출’…한국 계속 사용

    하이크비전이 만든 감시카메라의 문제점은 2017년 5월부터 부각됐다. 당시 미 국토안보부(DHS)는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에 대해 사이버 위협 경고를 내렸다. 미 연방조달관리국은 DHS의 경고에 따라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와 장비를 정부 조달 목록에서 삭제했다. 같은 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가 미국은 물론 유럽·아시아에서 14억 명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며 “미국내 감시카메라도 대부분 하이크비전 제품이어서 정부기관에 대한 도청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 처지에서는 미 DHS의 경고보다 더 타격을 준 조치가 이듬해 있었다. 2018년 5월 미 하원은 ‘2019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중국 '재경망'은 “미국 정부기관에서는 중국산 감시카메라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2019 국방수권법에 들어있다”며 “중국 기업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0월 ‘2019 국방수권법’이 발효되면서 중국산 감시카메라 퇴출시한은 2019년 8월로 정해졌다. 미 연방정부와 군·정보기관들은 이에 맞춰 하이크비전을 포함한 중국산 감시카메라를 퇴출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하이크비전이 만든 감시카메라를 여전히 사용한다. 하이크비전은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 세이프시티 계획’, 경찰청 납품, 정부청사 보안체계 등을 실적으로 내세웠다.

    서울시는 매년 시민 안전과 관련한 행사를 열고 ‘안전누리’라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세이프시티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프로젝트에는 방범 및 안전 CCTV 설치계획이 포함됐다.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가 여기에 쓰였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2014년 1월 서울과 인근지역에 750대 이상 IP 카메라로 공공안전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하이크비전의 감시카메라를 사용했다.
  • ▲ 2017년 9월 논란이 됐던 중국산 IP카메라 해킹 관련 영상. '하이크 비전'은 뒤늦게 보안패치를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호주 등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논란이 됐던 중국산 IP카메라 해킹 관련 영상. '하이크 비전'은 뒤늦게 보안패치를 적용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호주 등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과천청사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328대 가운데 155대가 하이크비전 제품이다. 모두 보안인증을 받지 않아 해킹이 매우 쉬운 상태다. 고리원자력발전소의 핵연료시설, 냉각기 가압탱크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도 하이크비전 제품으로 드러났다.

    한국사회, 중국산 CCTV 앞에 벌거벗은 상태

    미국은 하이크비전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는 이유가 “중국공산당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무슬림 주민을 탄압하고 감시하는 데 하이크비전 제품이 쓰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하이크비전은 중국공산당이 14억 인민을 감시하기 위해 2020년까지 5억7000만 개의 감시카메라를 사용한다는 ‘텐왕(天網)공정’에 IP 카메라를 제조·납품한다.

    '보안뉴스'가 2018년 7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한국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 수입국 1위였다. 이후로도 한국의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 수입은 계속됐다. 2018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2017년 말 기준 95만4261대다.

    2018년 11월1일 경찰은 보안인증이 안 된 중국산 IP 카메라 수천 대를 해킹해 영상을 빼돌린 일당을 붙잡았다.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 카메라를 해킹했다. 이 사건 이후에도 IP 카메라의 허술한 보안성은 계속 논란이 됐다. 이렇게 한국인들은 중국산 감시카메라 앞에 벌거벗고 있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부 부처나 정치권 또한 미국이 하이크비전을 제재할 조짐을 보여도 무관심한 듯한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