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 가능성"... 영변 인근 '서위리'도 부상
  • ▲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뉴시스.
    ▲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을 5곳으로 못박으면서,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이 핵시설 5곳 중 한두 곳만 폐쇄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담이 결렬에 이르게 됐다고 공개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현지시간), 김정은이 폐기 의사를 밝혔다는 핵시설 두 곳은 이미 잘 알려진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실험장일 것으로 추측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나머지 핵시설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켈시 데번포트 미국 군축협회(ACA) 비확산정책국장은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봤을 때 강선이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 중 한 곳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물론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이와 같은 다른 비밀시설들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체 범위를 넓게 봐서 핵탄두를 운반하는 탄도미사일의 제조와 발사실험장까지 포함시키면 핵 관련 시설은 상당히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북한의 핵시설을 '5곳'이라고 언급했지만 대략의 추정치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처리시설 같은 경우 고방사성 물질과 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반드시 갖춰야 하고, 원자로 같은 경우 고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파악하기가 비교적 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공장과 원심분리기, 그리고 핵무기 부품공장들은 눈에 띄는 특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숨기는 것이 용이하다”며 “북한의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은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역시 외부에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당국의 정보력으로도 모든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핵시설의 정확한 개수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5곳의 핵시설 가운데 나머지 3곳 중 한 곳으로 영변 인근의 시설을 언급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미 국방정보국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보당국이 2010년 영변 핵시설에서 가까운 서위리에서 영변보다 많은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시설의 존재를 밝혀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군 서위리에 위치한 핵시설을 언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역시 자신이 1993년 IAEA 핵사찰을 위해 북한에 갔을 때 영변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또 다른 핵시설의 존재를 파악했다고 밝혀 이러한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또 "우라늄을 채굴하는 박천과 평산의 광산까지 포함하고 원심분리기 가동에 필요한 시설들까지 고려하면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며 향후 핵협상에서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