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개한 WS-1B 복제판과 달리 앞에 '날개' 달려…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 확실시
  • ▲ 2017년 9월 북한의 '선제타격' 협박에 맞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북한의 '선제타격' 협박에 맞서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4일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발사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측도 7일 국회에서 같은 이야기를 내놨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울 동대문 갑)은 이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쏜 대구경 방사포의 정체

    안규백 위원장은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4일 전술유도무기와 방사포 등 3~4종류 무기 10~20발을 쐈다”며 “사거리가 70~260km 까지 여러 종류의 발사체를 쏘았고, 탄착지점도 여러 곳이었는데 방사포와 정체불명의 미사일을 섞어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북한 선전매체는 240mm, 300mm,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KN-09’라 부르는 300mm 방사포는 2009년 미 정보당국에 처음 포착됐고,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부터 최근까지 ‘KN-09’는 중국제 WS-1B를 복제한 무기였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한 것은 형태가 중국제 WS-2와 같았다.
  • ▲ 중국산 대구경 방사포 A-100을 탄도미사일로 개조한 파키스탄 NASR 미사일. 구경 400mm의 대형 로켓이다. ⓒ파키스탄 국영방송 화면캡쳐.
    ▲ 중국산 대구경 방사포 A-100을 탄도미사일로 개조한 파키스탄 NASR 미사일. 구경 400mm의 대형 로켓이다. ⓒ파키스탄 국영방송 화면캡쳐.
    중국은 러시아 대구경 방사포 BM-30 스메르치를 복제한 WS-1를 만들었다. 이를 개량한 것이 WS-1B이다. 시리아도 WS-1B를 바탕으로 한 M-302(구경 302mm)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터키는 WS-1B를 개량한 T-300 타시르가를 도입한 바 있다. T-300 타시르가는 다른 WS-1B와는 달리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 위에 로켓 4발을 장착하고 다닌다. 그러나 모두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방사포와 약간 다르다.

    북한 방사포는 로켓의 맨 앞부분에 작은 날개가 달려 있다. 파키스탄이 중국 방사포 A-100(혹은 WS-2라고도 알려짐)을 기초로 만든 NASR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가장 흡사하다. 2011년 첫 발사 시험을 한 NASR 미사일은 사거리가 70km에 불과하지만 핵탄두 장착이 가능해 전략무기로 불린다. 그러나 NASR 미사일은 구경이 400mm로 중국제 WS-2와 같다.

    중국제 WS-2는 2004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한 로켓으로 사거리는 70~200km다. 이후 나온 개량형은 사거리가 350km다. 중국은 최근 구경 406mm의 WS-3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WS-1과 WS-2는 해외 수출로 돌리는 중이다.

    북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비슷한 미사일들

    국내 정치권과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러시아제 9K720 이스칸데르와 흡사하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가 직접 쓰는 M형(9K728)과 K형(9K729), 해외 수출용인 E형이 있다. M형은 사거리가 50~500km이며,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K형은 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장착·운용할 수 있다. 미국이 “INF 위반”이라고 비판한 모델이 K형이다.
  • ▲ 러시아 9K728 '이스칸다르-M'형. 러시아군만 사용 중이다. ⓒ美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DA) 공개사진.
    ▲ 러시아 9K728 '이스칸다르-M'형. 러시아군만 사용 중이다. ⓒ美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DA) 공개사진.
    러시아는 “2016년까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수출한 나라는 단 두 곳”이라고 주장한다. 두 나라는 아르메니아와 알제리다. 아르메니아는 2016년 독립기념일 열병식에서 ‘이스칸데르’를 선보였다. 러시아 측도 “아르메니아 수출이 ‘이스칸데르’의 첫 수출”이라고 밝혔다. 알제리의 경우 2017년 ‘두바이 에어쇼’를 통해 ‘이스칸데르-E’를 48기 보유하게 됐다고 공개했다.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도 이 사실을 확인 보도했다.

    다른 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이스칸데르’를 공식적으로 수입한 적이 없다. 러시아는 과거 조지아에도 ‘이스칸데르’를 배치했다가 철수시킨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스칸데르’를 배치한 나라는 있다. 시리아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이스칸데르’와 함께 중국 WS 로켓의 원형인 BM-30 ‘스메르치’를 함께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 ‘발사체’와 흡사한 탄도미사일을 쓰는 나라로는 한국이 있다. 한국 탄도미사일 ‘현무 2A(사거리 300km)’와 ‘현무 2B(사거리 500km)’는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 때문에 2018년 2월 북한 열병식에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등장했을 때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현무 2’를 북한에 넘긴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은 물론 미국까지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북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현무 2가 닮았기는 하지만, 현무 2는 러시아 기술로 만든 게 아니다”고 밝혔다.

    북한 ‘발사체’와 비슷한 탄도미사일은 중국에도 있다. 서방에서 M20이라 부르는 중국 ‘둥펑-12(DF-12)’는 2011년 ‘아부다비 국제에어쇼’에서 첫 선을 보인, 탄도미사일이다. 이동식 차량 발사대(TEL) 위에 미사일 2기를 장착한 형태로, 러시아 ‘이스칸데르-E’형을 바탕으로 개발한 미사일이다. 미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시큐리티’에 따르면, DF-12는 길이 7.8m, 직경 0.75m, 무게 4.01톤이며 최대 사거리는 300~420km 내외로 추정된다. DF-12는 러시아의 지구위치체계 ‘글로나스’와 중국 자체 위치체계 ‘바이더우(北斗)’, 관성항법장치(INS)를 사용해 원형공산오차(CEP)가 30m 미만이다.
  • ▲ 중국이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복제해 만든 DF-12(수출명 M-20) 탄도미사일. 미사일 보관함 모양이 다르지만 파키스탄의 NASR 미사일에서 보듯 '껍데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美글로벌 시큐리티 화면캡쳐.
    ▲ 중국이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복제해 만든 DF-12(수출명 M-20) 탄도미사일. 미사일 보관함 모양이 다르지만 파키스탄의 NASR 미사일에서 보듯 '껍데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美글로벌 시큐리티 화면캡쳐.
    중국은 2016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신형 DF-12를 선보였다. 2017년 12월에는 카타르가 DF-12를 수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업데이트 닷컴’에 따르면, 중국이 카타르에 DF-12를 판매할 때는 ‘SY-400’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당시 알려진 데 따르면, 제원상 사거리는 280km였지만, 실제 최대 사거리는 400km였다.

    ‘정밀분석’ 필요한 것 맞지만 ‘미사일’은 확실

    현재 국방부와 합참, 국정원은 “한미 정보당국의 정밀분석이 끝나면 북한 ‘발사체’의 정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 선전매체가 공개한 사진, 이를 바탕으로 자료를 모아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미사일, 그것도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맞다.

    국방부와 합참, 국정원의 ‘정밀분석’은 북한이 이런 무기를 어떤 경로로 입수했고, 무슨 자금으로 개발했느냐는 대목에 필요하다. 북한의 공식발표부터 모든 자료와 정황을 통해 지대지 탄도미사일임이 드러난 마당에 ‘미사일이’라 부르는 것까지 정밀 분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국방부 안팎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 이 영상은 러시아 군이 2010년을 전후로 실시한 훈련이다. 300mm 대구경 방사포와 9K728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