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금수 예외’ 만료로 인한 가격 상승 감안… 아랍에미레이트와도 공조
  • ▲ 트럼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백악관에서 이야기를 나눈 모습ⓒ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백악관에서 이야기를 나눈 모습ⓒ뉴시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의 한시적 예외를 연장하지 않기로 발표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시장 안정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정부의 대이란 원유 수출 제재와 관련해 원유 시장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의 안정을 위해 원유 공급이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른 산유국들과 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 시간)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강조하며 5월 2일로 만료되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 조치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제재 예외 인정 조치 기간 만료 후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서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국무 장관은 또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등과 공조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들 모두 시장이 필요로 하는 만큼 이란산 원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나설 뜻을 확실히 밝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22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OPEC 국가들이 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전면적 제재에 따른 원유 부족분 이상을 메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 고유가 상황은 자국 경제에 호재이기 때문에 미국의 원하는 대로 쉽게 증산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산업 소식통들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와 관련, 2020 대선 승리를 위해 유가 안정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 연루 의혹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대가로 원유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 ▲ 호르무즈 해협에서 훈련 중인 이란군ⓒ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에서 훈련 중인 이란군ⓒ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나선 이란

    한편, 이란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출의 주요 항로로 전세계 원유 해상운송의 30% 가량이 이 해협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란 국영 파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제자 탕시리 사령관은 “(원유 수출 금지로)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봉쇄해버릴 것”이라며 “어떠한 위협이 가해지더라도, 이란의 수로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란의 관료들이 과거에도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금지시킬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밝히고 탕시리 사령관의 강경 발언이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 조치 중단 방침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8월, 함정 100여 척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으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도 실시했다.

    올해 3월까지 중동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미 중부군 사령관직을 역임한 조셉 보텔 장군은 그 무렵 이란 해군의 소형 함정을 이용한 작전에 주목하고 있다며 기뢰 부설이나 보트에 폭탄을 싣고 자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에 특히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란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해 말 항모전단을 9개월 만에 걸프 해역에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