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카자흐스탄과 정상회담…'탄탄탄' 순방 내내 "한반도 비핵화 지지" 요구
  • ▲ 21일 오전(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청와대
    ▲ 21일 오전(현지 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청와대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탄탄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순방 동안 각국 정상들을 만나 신북방정책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 지지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수도 누르술탄의 악오르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토카예프 대통령과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공유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옛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벨라루스와 함께 비자발적 핵보유국이됐다. 전략핵탄두 1410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4기, 전략폭격기 40대 등을 물려받으면서 세계 4위의 핵보유국이 됐다. 이후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등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3000달러 이상에 달하는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으로 성장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알티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라고 평가하는 등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을 부각시켰다. 이를 교착화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구상과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랖 말라' 모욕 주고 미사일시험

    문 대통령이 '탄탄탄' 순방에 나서자 북한은 신형 미사일 발사시험에 나서는가 하면, 급기야 미국의 북한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두고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볼턴 보좌관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이 17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는 진정한 징후를 보고 싶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인 권정근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평양을 찾아와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서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文 귀국 후 곧바로 트럼프 방한 추진

    미국은 '하노이회담' 이후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전제되지 않으면 제재 완화는 없다는 '빅딜' 원칙을 고수한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데 대해 대북제재 완화에 비협조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4차 남북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 방한 추진을 위한 일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 역할에 힘이 빠진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잇따라 퇴짜 맞은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