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태극기 집회 후 도심 행진… 격앙된 시민들 "文, 인권유린 중단하라"
  • ▲ 20일 오후 1시께 서울역 앞에 운집한 태극기 집회 군중들ⓒ권영수 기자
    ▲ 20일 오후 1시께 서울역 앞에 운집한 태극기 집회 군중들ⓒ권영수 기자

    주말인 20일 낮, 서울역 앞으로 수만 인파가 몰려 들었다. 경찰은 1만2000명을 얘기했고, 주최 측은 5만 명을 얘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와 석방을 요구하는 인파였다. 집회 초반, 젊은 남성 사회자는 "김경수는 드루킹 일당을 통한 여론조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수렁에 빠뜨려도 구금이 풀렸는데, 박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는 왜 이뤄지지 않느냐"며 항변했다. 대한애국당과 천만인무죄석방본부가 주최였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그에 따른 형 집행정지 신청이 촉발시킨 집회였다. 도심서 간헐적으로 열리던 '태극기 집회'들과는 규모가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의 절박한 상황에 공감하는 절박한 집회였다. 규모는 컸고, 분위기는 가열됐다. 

    이날 주최 측과 시민들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 '박근혜 대통령 형 집행정지! 즉각 석방하라!

    - 문재인 대통령은 잔인한 인권유린을 중단하라!

    박근혜 석방 요구는 자연스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주최 측은 '인사참사·안보참사·법치참사'를 지적했다. 시민들은 연호와 지칠 줄 모르는 행진으로 호응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역 집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서울 광화문까지 행진한 뒤, 오후 4시부터 2차 집회를 열었다. 광화문에서 종로타워 방향까지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로 곳곳에 '살인적 정치보복·인신감금 즉각 중단하라' '구속만기 석방하라' '가혹한 인권유린 중단!'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들이 오르내렸다. 

  • ▲ 조원진 애국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서울역 앞에 마련된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권영수 기자
    ▲ 조원진 애국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서울역 앞에 마련된 연단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권영수 기자

    "박 전 대통령 탄핵 못믿겠다"

    규모가 아니어도, 이날 주최 측의 주장은 시민들을 격앙시키기에 충분했다. 집회 중, 또 행진 중의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의 절차적 문제점과 문재인 정권의 폭정, 실정을 가감 없이 비판했다.  

    50대 주부 박모(서울시 도봉구)씨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도 않았는데도 탄핵됐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이날 현장을 찾아온 40대 여성 이모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는 것도 없는데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다느니 계속 TV에서 떠든다"며 "방송이나 뉴스는 물론 아예 TV를 틀지 않는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의 인사 참사에 대한 분노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50대 여성 최 모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 투자 논란이 제기됐던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결국 임명하지 않았냐"고 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인사 청문회를 통과 못한 장관들은 임명이 철회됐다"며 "집회에 나온 이유는 이러한 불통을 일삼는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김경수 보석 허가, 사법정의가 상실됐다"


    이날 집회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서석구 천만인무죄석방본부 공동대표,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 인지연 애국당 수석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서울 구치소 앞에서 지난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태극기 집회를 벌여준 애국 시민들의 애국충정과 우국충정에 대해 감사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걸어나오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허 전 기무사령관은 사법 정의가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서울구치소 앞 태극기 시위가 끝나는 날인 17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풀려나는 것을 우리 모두 지켜봤다"며  "우리 모두를 허탈하게 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 20일 오후 4시께 광화문에 모여있는 박근혜 지지자들. 이들은 서울역에서 1부 집회를 가진 후 광화문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해 2부 집회를 이어갔다.ⓒ권영수 기자
    ▲ 20일 오후 4시께 광화문에 모여있는 박근혜 지지자들. 이들은 서울역에서 1부 집회를 가진 후 광화문으로 가두행진을 진행해 2부 집회를 이어갔다.ⓒ권영수 기자

    "정권에 불편한 법, '위헌' 명목으로 폐기 가능하게 됐다"

    집회가 진행되면서 문 정부에 대한 성토는 강렬해졌다. 인사로부터 외교에 걸치는 전방위적인 질타가, 때론 연설로 때론 함성으로 이어졌다.   

    성창경 KBS 공영언론노조위원장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무려 35억원 되는 주식을, 현직 판사로 있으면서 자신이 재판했던 그 기업의 정보를 가지고 사고 팔았다면 죄가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앞으로 모든 불편한 법은 위헌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미국에 가서 트럼프를 독대한 시간이 단 2분"이라며 "이게 회담이냐, 무려 10조 넘는 돈을 주고 무기를 샀지만 한국에 유리한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애국당 대표는 "인사참사·외교참사·안보참사·법치참사·교육참사 등 완전히 참사공화국을 만든 문재인 정부를 끌어내지 않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냐"고 힐난했다.

    조 의원은 광화문에 장외투쟁을 나온 한국당 수뇌와 당원들을 향해 "제발 '문'을 끌어내리는데 함께 투쟁하자, 우리가 투쟁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변호인을 통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형 집행 정지 신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471조는 '형의 집행은 ▲형의 집행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존을 어렵게 할 때 ▲연령이 70 이상인 때 ▲잉태 후 6월 이상인 때 등 인도적 차원에서 가혹하다고 여겨질 경우 검사의 지휘 하에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추 및 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