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文 정부는 심판, 우리는 숙제 받았다"… 바른미래당 '탈출 러시' 조짐까지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궐선거 소회를 밝히고 있다.ⓒ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보궐선거 소회를 밝히고 있다.ⓒ박성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4·3 보궐선거에서 선방하면서 황교안 대표가 날개를 단 모양새다. 황 체제 출범 후 첫 심판대를 무난히 통과했다는 점에서다. 한국당 지도부는 "보궐선거에서 단합하는 한국당을 봤다. 더 큰 통합의 기회와 가능성을 봤다"며 “이번 선거는 문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단단하게 다져지면 외연이 넓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 큰 통합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 저와 같이 대표 경선에 나섰던 분들도 유세에 참여해 힘을 기울여줬고, 통영·고성의 경우 정점식 후보와 경합했던 서필언 후보도 유세장에 나와 지지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것이고, 한국당은 숙제를 받은 것"이라며 "한국당 또한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주신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당의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잘못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자세를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선거 막판에 논란이 됐던 축구장유세 문제도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 ▲ 3일 오후 11시 30분경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본 뒤 통영고성 지역구에 당선된 정점식 당선인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 3일 오후 11시 30분경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 결과를 지켜본 뒤 통영고성 지역구에 당선된 정점식 당선인의 사진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연합뉴스
    1승 1패지만 반절 이상의 성공... 총선 파란불

    지난 3일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은 1승 1패를 기록했다. 좌파진영의 텃밭인 창원 성산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504표 차이로 여영국 정의당 후보에게 승기를 내줬다.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번 선거는 '황교안선거'로 불렸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황 대표가 창원으로 내려가 원룸에 거주하며 선거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와 당대표 경선을 치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여러 차례 창원을 방문해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창원 성산의 경우 당장 의석 하나는 빼앗겼지만 한국당은 PK 지역에서의 '청신호'라고 해석했다. 내년 총선에서 PK 탈환을 노려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통영·고성의 경우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 당선인이 새 위치를 점했다는 것 역시 황 대표의 향후 정국 주도권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평이다.

    '文 정권 심판' 프레임, 명분 얻어

    이로써 한국당은 당초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에 대한 명분을 얻게 됐다. 실제로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유세 내내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남경제가 다 무너지고 있다. 이 정부는 개성공단을 챙길 게 아니라 창원공단을 챙겨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부각시켰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국회의원·기초의원 5곳에서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국당의 명분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민주당이 지원한 정의당이 창원 성산에서 의석을 확보하긴 했으나 한국당과 박빙의 승부로 겨우 승리했다는 점에서다.

    좌파 텃밭인 창원 성산에서 한국당이 약진한 요인으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구속,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논란, '버닝썬' 관련 청와대 출신 윤 총경 논란 등이 꼽힌다.

    '보수통합론'도 솔솔

    일각에서는 정계개편론도 흘러나왔다. 특히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질타가 당내에서 쏟아지며 당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면서 미래당 의원들의 '탈출 러시'가 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재입당했다. 다만 황 대표는 인사 영입 과정에서 자리를 보장하는 식의 조건부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인재들이 와서 역량이 평가되면 생각하는 그 이상의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 공천 기준의 핵심도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