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선거제 악용해 대의원 100명에 1500만원 뿌린 A 이사장 기소… 공소장 단독입수
  • ▲ 새마을금고. 뉴시스
    ▲ 새마을금고. 뉴시스
    대의원 간선제로 실시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장선거가 '금품투표'를 야기했다. 

    한 지역새마을금고 이사장인 A씨는 2014년 1월28일 실시된 제16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선거에서 ‘7표 차이’로 낙선했다. 중앙회장을 코 앞에서 아깝게 놓친 A씨는 다음 선거를 기약하고 선거 1년 전인 2017년부터 1년여에 걸쳐 각 지역 협의회장과 대의원 등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전국투어’를 했다. 

    이 기간 A씨가 방문한 지역 새마을금고만 약 150곳에 이르렀다. 이런 노력 끝에 A씨는 지난해 2월2일 치러진 새마을금고 제17대 중앙회장선거에서 당선돼 3월15일 중앙회장에 취임했다.

    대의원 100여 명에 금품 살포… '공소장' 단독 입수

    그런데 A씨는 ‘전국 투어’ 기간 중앙회 대의원과 선거에 영향력이 있는 회원들에게 송이버섯·명품그릇세트·골프회원권 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새마을금고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불법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1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A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검찰은 A씨가 대의원 간선제로 진행되는 중앙회장선거 절차의 허점을 악용해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중앙회장선거를 앞둔 2017년 9월 중순께 측근 J씨에게 중앙회 대의원 명단을 건네주면서 이들에게 줄 국내산 송이버섯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J씨는 충북 제천에서 시가 16만5000원 상당의 국내산 송이버섯 30박스를 500여 만원에 구입했다. J씨는 중앙회장 선거권을 가진 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 K씨를 비롯한 대의원 16명과, 대의원은 아니지만 선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회원 14명에게 이 송이버섯을 택배로 배송했다.

    국내산 송이버섯·그릇세트·골프장회원권 제공

    같은 시기 A씨는 측근 Y씨와 함께 시가 5만원 상당의 '포트메리온' 악센트볼 그릇세트 25개와 포크세트 25개를 125만원에 구입해 대의원 25명에게 제공했다. Y씨에게 시가 5만원 상당의 사과 박스를 대의원 51명과 회원 3명에게 보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 ▲ 새중앙새마을금고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간접선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 새중앙새마을금고 바로세우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2017년 12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간접선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대구와 경북지역 대의원들에게는 골프장 회원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조사결과 2017년 9월16일께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지역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을 대구지역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G씨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총 10차례에 걸쳐 대구와 경북지역 대의원들에게 무료 골프를 치게 해 700여 만원 상당의 골프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가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으로 대의원 93명 등 새마을금고 회원 111명에게 1546만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며 지난해 11월 불구속기소했다.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A씨 기소

    검찰은 A씨를 기소하면서 새마을금고법 제22조 제2항과 3항(임원의 선거운동 제약)을 적용했다. 새마을금고법 제22조는 누구든지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 회원이나 그 가족에게 금품과 향응, 그밖의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일각에선 A씨의 경우처럼 새마을금고중앙회장선거 등에서 '금품선거'가 반복되는 것은 '대의원 간선제'라는 제도적 문제 때문이라며 간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선거와 각 금고 이사장선거는 대의원들이 뽑는 간선제다. 새마을금고는 1996년부터 대의원제가 도입돼 임원 선출 시 대의원 간선제와 조합원 직선제 가운데 개별 법인의 정관에서 정한 대로 선출 방식을 정하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선거권자인 대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자행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부산·진주에서도 '금품선거'… 간선제 폐지 목소리 높아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3일 자신의 이사장 당선을 위해 금품을 뿌린 혐의로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 신임 이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대의원 50여 명에게 수천만원의 현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5월에는 진주의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에서 대의원 134명에게 5만원권 상품권 10장을 건넨 이사장 후보가 뇌물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