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요격시설서 발사한 미사일 2기로, 탄도미사일·파편 한꺼번에 격추
  • ▲ ICBM을 향해 날아가는 GBI 미사일. ⓒ美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DA) 공개사진.
    ▲ ICBM을 향해 날아가는 GBI 미사일. ⓒ美국방부 미사일 방어국(MDA) 공개사진.
    미군이 사상 최초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초속 7km 안팎의 속도로 대기권에서 내리꽂히는 탄도미사일 여러 개를 동시에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무산시킨 셈이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복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시에 요격하는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MDA에 따르면, 이번 시험은 남태평양 미국령 마샬제도의 콰잘레인환초 소재 레이건시험장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6437km(4000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의 지상기반요격체계(GBI) 미사일 2발로 요격하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GBI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체를 요격했고, 두 번째 미사일은 그 파편을 추적해 요격했다. 파편의 경우 재진입체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분산되는 만큼 추적이 매우 어렵다. MDA는 이렇게 두 차례의 요격을 마친 뒤 더 이상의 ‘위협물체’가 없음을 확인하고 훈련을 마쳤다. 재돌입체 요격에는 ‘외기권파괴체계(EKV, Exo-atmospheric Kill Vehicles)’가 사용됐다.

    MDA는 “이번 시험을 통해 미군의 우주·지상·해상 기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가 지구상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목표를 탐지·추적해 대응할 수 있는 명령·통제·전투관리·통신 역량(C2BMC)을 가졌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자랑했다.

    MDA 국장인 새뮤얼 A.그레이브스 공군 중장은 “이번에 동시다발 ICBM 공격의 요격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가 설계한 대로 정확하게 작동, 미국에 대한 실제 위협을 억지할 수 있게 됨은 물론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계획이 실용적이고 신뢰성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미사일방어계획(MD)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MDA에 따르면, 이번 요격시험에는 MDA와 북부사령부, 공군 우주사령부 예하 제30, 제50, 제460우주비행단이 참여했다. 이들이 이번 요격시험에 사용한 GBI 미사일은 MD에 사용하는 요격체계 가운데 가장 비싸고 정밀한 체계다.

    GBI 미사일은 테스트에서 최대 고도 1700km까지 다다랐고, 사거리는 5300km나 됐다. 제원상 최대 요격고도는 2000km, 사거리는 5000km다. 3단 로켓 추진방식으로, 대기권 밖에서 스스로 자세를 제어하면서 목표를 추적하는 EKV로 요격한다.

    미군이 GBI 미사일을 대량 배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1발 가격이 7500만 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본토 방어 예산이 대폭 증액되면서 2020년에만 20기의 GBI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