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가난한 유서에 내 이름 석 자는 없다. 그저 피로 쓴 여섯 글자. 대한독립만세."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의 주제를 담은 대표곡 '가난한 유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를 가득 채우며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지난해 9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처음 선보인 '신흥무관학교'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육군이 제작한 '마인'(2008), '생명의 향해'(2010), '더 프라미스'(2012)에 이은 네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김동연 연출은 5일 열린 시연회에서 "재연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청산리전투 장면이다. 키네시스 모션 제어 시스템을 사용해 드라마와 음악적 움직임에 맞춰 보다 역동적으로 구현했다"며 "대사도 기존의 관객 반응과 모니터를 통해 보강하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더했다"고 밝혔다.

    신흥무관학교는 1910년 국권 피탈 후 이회영과 6형제, 이상룡 등이 1911년 서간도 지린성에 '신흥강습소'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웠다. 개교 후 1920년까지 김원봉·김산 등의 인재와 2000명이 넘는 독립군 간부, 35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국외 무장독립투쟁의 본거지가 됐다.

    작품은 육군의 뿌리가 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독립을 위한 치열한 삶을 다룬다. 대한제국 군대 해산, 경술국치, 고종 승하, 봉오동전투, 청산리대첩 등 1907년부터 1920년까지의 역사적 사건들을 극 중에 풀어냈다.

    이번 공연은 주요 배역들이 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 초연과 달리 더블 캐스트로 진행된다. 국권 침탈에 항거해 자결한 유생의 아들이자 신흥무관학교의 뛰어난 학생인 '동규' 역은 지창욱과 고은성이 연기한다.

    오는 4월 제대를 앞둔 지창욱은 "의미 있는 작품에 다시 참여해 굉장히 영광스럽다. 군생활을 이 공연과 함께 보내게 됐는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관객이 보시고 100년 전 독립운동을 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새롭게 합류한 고은성은 "첫 공연 때 많이 떨었다. 막상 올리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공연을 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우리나라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회영이 거둬 키운 아이에서 신흥무관학교의 훌륭한 학생으로 성장하는 '팔도' 역은 강하늘·조권이 맡는다.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간 신흥무관학교 교관 '지청천' 역에는 김성규(인피니트)·이진기(샤이니 온유)가 출연한다.

    강하늘은 "초연에서 지창욱 배우와 모든 합이 잘 맞았지만 항상 같은 공연을 하다보니 제 자신이 고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고은성·조권·이진기 등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자극과 호흡이 생겨 초연 만큼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권은 "초연을 봤는데 그때 눈물을 많이 흘렸던 기억이 난다"며 "팔도는 저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조금만 흔들어도 깝권이라는 방송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조권만의 팔도를 통해 감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독립군·광복군에서 계승된 '조국을 지킨다'는 국군 정신과 맞닿아 있다. 청춘들의 모습과 독립을 향한 숭고한 희생, 헌신과 눈물이 담긴 이야기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며 순국선열이 오늘날의 우리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4월 21일까지 공연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