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최선희 기자회견서 거짓 주장…석탄·철광석·석유·수산물 모두 당·軍 관리
  • ▲ 지난 1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연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연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지난 28일 미북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거절당하자 충격을 받은 듯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이 꼭두새벽에 연 기자회견, 북한 선전매체들이 ‘협상 결렬’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자신들의 거짓말과 불안감만 드러낸 셈이 됐다.

    리용호 “미국 배려해 대북제재 11개 중 5개의 일부만 해제 요구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지난 1일 새벽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5건, 그것도 민생 관련으로 인민들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부분만 먼저 해제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리용호는 이어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데 있어 안전 담보 문제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미국이 군사 분야에서의 조치를 취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일부분만 해제해 달라며 상응 조치를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을 배려했다는 주장이었다.

    리용호는 “우리가 해제해 달라는 제재 5건 또한 100%가 아니라 민간용·민생용만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측이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대북제재 결의는 2270호, 2321호, 2375호, 2397호다. 모두 2016년 3월 이후 결의된 제재다.

    해당 제재의 내용은 이렇다. 2270호는 민생 목적을 제외한 모든 북한산 석탄·철광석·철 등 광석 수출 금지, 2321호는 북한산 석탄과 철 수출제한 기준 강화, 2371호는 북한산 광물 수출 전면 금지, 2375호는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 200만 배럴 지정, 의류 수출 금지,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 금지, 2387호는 대북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을 연간 50만 배럴로 대폭 축소, 해외파견 근로자들의 24개월 이내 송환 등이다.

    리용호와 최선희는 이를 두고 “북한 민생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다. 북한에서는 철, 석탄, 석유제품 거래, 해외 근로자 파견, 의류 생산 및 수출, 농수산물 교역이 모두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 ▲ 북한의 주장이 나오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방문 중이던 필리핀에서 즉각 반박 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의 주장이 나오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방문 중이던 필리핀에서 즉각 반박 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AF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석탄·철광석·석유·근로자 파견, 모두 김정은 정권 돈줄

    북한산 석탄은 인민군을 먹여살리는 돈줄로 알려져 있다. 2018년 8월 <조선일보>는 탈북한 전직 광산 지배인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김정일 때부터 석탄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이었다”며 “2000년대 중반 석탄 수출로 큰돈을 벌게 되자 인민군 총정치국을 비롯한 군부와 특수기관들이 무분별하게 탄광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증언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석탄 수출을 반대하자 조명록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석탄 수출 중단하면 당신이 100만 인민군 먹이고 입힐 거냐”며 다그쳤다. 그는 “석탄 수출을 못하면 북한 특수기관의 외화벌이는 물론 탄광 가동까지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철광석도 중국에 내다팔면서 ‘민생 목적’이라고 주장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한 바 있다. 북한 정권은 중국에 철광석을 내다판 대신 식량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철광석을 판 대금 가운데 일부만 식량구입에 사용하고 대부분은 김정은 정권 유지비용으로 들어갔다. 북한에서 철광석을 채취·수출하는 ‘무산광산 연합기업소’ 등 10여 개 기업소는 모두 노동당과 인민군 산하 외화벌이 기업들이 경영한다.

    석유의 경우에도 노동당과 인민군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정유시설인 ‘봉화화학공장’은 1975년 중국이 지어준 시설이다. 북한은 이곳에서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김정은 정권과 노동당, 인민군에 공급하고, 남은 석유제품을 민간에 판매한다. 이밖에 근로자 해외파견이나 의류·수산물 가공 수출 또한 모두 노동당과 인민군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 “민생 관련 일부 해제? 북한의 말장난”

    리용호와 최선희의 기자회견 이후 미국은 즉각 반박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 필리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기본적으로 전면적인 유엔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면서 “그들은 영벼 핵시설에서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도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협상장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외신을 통해 보도된 미 국무부 관계자들의 말도 일맥상통했다. 북한 측은 5개 대북제재 가운데 석탄·철광석 수출, 석유수입 허용, 해외 근로자 파견 등을 ‘민생 관련’이라며 모두 풀어달라고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현재 시행되는 대북제재의 전체가 마찬가지 범위여서, 맥락상으로는 미국의 주장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