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긴급 회견 "김정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거부… 판 깨진 건 아니다" 여운 남겨
  • ▲ 김정은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뒤 단독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뒤 단독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후 단독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30분 더 단독회담을 가진 뒤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업무오찬도, 공동선언문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이른 오후 4시 단독기자회견을 시작했다.

    트럼프 “이번에는 어떤 합의도 안 하는 게 나아”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국민이 많은 성공을 이룬 점에 치하와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발언 초반에는 파키스탄·인도문제, 베네수엘라 문제를 언급한 뒤 “오늘 김정은과 오랫동안 이야기하며 생산적인 시간을 가졌다”며 북핵협상 관련 말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는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고 끝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그렇고, 폼페이오도 그렇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김정은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김정은이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생각을 가진 ‘좋은 인물’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면서 “협상을 하다 보면 어떨 때는 그냥 떠나야 할 때도 있다. 이번이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비핵화 협상의 최대 쟁점이 대북제재 해제였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다.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정은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북한은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해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대북제재를 모두 해제해줄 수 없다. 현 시점에서 더 나아갈 수 없어 회담을 종료했다”면서 “대북제재 또한 현재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 28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할 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 더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8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할 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 더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렇지만 북한과 협상 자체를 깨버린 것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을 믿는다. 나는 김정은과 좋은 친구 사이”라며 이번 회담 결렬이 2017년과 같은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입장 차이가 너무 크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이견이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판 깨진 것은 아니다…김정은과 나는 좋은 친구”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공동합의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합의문은 마련돼 있었지만 올바르게 합의문에 서명하고 싶었다”면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원칙’을 지키겠다는 견해를 확실히 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는 더 이상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독회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누가 ‘판을 깼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협상 결렬은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 자체가 굉장히 큰 진전”이라면서도 “김정은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만큼이나 진전을 이룬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해) 낙관한다”며 “북한과 이견을 좁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곧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 무역의 93%가 중국과 이뤄진다”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은 이미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심중을 밝혔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은 이미 포기했다”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매번 수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괌 공군기지에서 전략폭격기가 출동해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하기까지 7시간이나 걸리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면 한국도 미국을 지켜줘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한국이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청문회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정상회담 중인데 어떻게 그런 청문회를 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전용기 편으로 귀국했다. 현지에 파견된 국내언론에 따르면 ‘에어포스 원’은 오후 3시 무렵부터 이륙 준비를 시작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길게 확대회담을 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김정은은 3월1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