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청파동 피자집·고로케 사장, 알고보니 재력가"… 제작진 "상황상 오해의 소지"
  • '경영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영세상인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 이른바 '금수저'가 출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방송에 등장한 청파동 하숙골목의 피자집 사장 A씨와 고로케집 사장 B씨가 알고보니 건물주의 가족이거나 값비싼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는 소문에 휩싸인 것.

    "피자집 사장, '건물주 아들'에 '외제차' 소유" 소문 확산

    일단 퉁명스럽게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낸 A씨는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치명적인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소문의 발단은 지난해 9월 "저의 건물 1층에 아들이 경양식집을 약 8개월 만에 개업했다. 방문해달라"는 한 네티즌의 게시글에서 비롯됐다.

    이 네티즌이 공개한 명함에는 최근 전파를 탄 피자집 사장 A씨의 이름과 가게 상호가 적혀 있었다. 이에 A씨가 방송에 나온 직후 해당 게시글을 근거로 A씨가 '금수저'라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부 네티즌은 "A씨가 페라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출처불명의 글을 퍼나르며 A씨를 겨냥한 '금수저론'에 불을 지폈다.

    소문이 확산되자 A씨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 해명에 나섰다. 그는 "개업한지 석달이 채 안되었을 때 촬영 섭외가 들어와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투른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페라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포람페 회원이라는 루머는 누군가 장난으로 '보배드림'이라는 사이트에 올린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A씨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자가용도 없고 페라리와 같은 고가 외제차를 소유한 적도 없다"고 밝혔지만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루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골목식당'에 출연한 A씨는 지난 9일 시식단에게 떡처럼 다 붙은 소면과 덜 익은 새우를 내놓고도 항의하는 이들에게 "드리는 대로 드시라"는 쌀쌀맞은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장사 서툰 왕초보 사장님, 알고보니 건물주 가족?


    두 번째로 금수저 논란에 휩싸인 출연자는 고로케집 사장 B씨다. 지난 2일 장사가 서툰 왕초보 사장님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B씨는 이튿날 SBS '좋은 아침-하우스'에 셰어하우스 건물주의 사촌 동생으로 소개돼 구설에 올랐다. 이날 "청파동에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여사장은 "1층은 사촌 동생(B씨)에게 임대했다"고 말해 '영세한 자영업자'로 B씨를 소개했던 '골목식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B씨는 3일 자신의 SNS에 "본의 아니게 시청자들이 오해하도록 만든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B씨는 "군대 가기 전에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고기 공장에서 노동하며 열심히 모은 돈 3000만원과 사촌 누나에게 빌린 돈을 합쳐 패기와 열정 하나로 창업을 시작했다"며 "사촌누나에게 돈을 빌렸기에 고로케집은 사촌누나와 공동 사업자로 등록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촌누나는 해당 청파동 건물주와 친분이 있어 현재 건물의 상층부를 건물주와 함께 셰어하우스로 운영하고 있을 뿐, 건물주인은 아니"라면서 자신은 청파동 건물주의 임차인일 뿐이고 누나도 청파동 건물주와 셰어하우스 동업인인 평범한 주부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B씨는 "이 건물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도 누나의 지인이 집주인이었기에 어렵게 모은 보증금을 떼이거나 쫓겨나지는 않겠구나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지난해 11월 16일에 촬영한 SBS '좋은 아침' 방송분은 '건물주의 지인의 사촌동생'이라는 부분을 설명하기 복잡했기 때문에 방송 편의상 건물주의 사촌동생으로서 잠깐 인터뷰에 응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SBS '좋은 아침-하우스'가 지난해 11월 촬영했고, 1주일 뒤에 '골목식당' 작가님의 섭외가 들어왔다"면서 "우연치 않은 기회에 도움을 주신 백종원 대표님께 누가 되지 않을지 너무나도 걱정스러운 마음"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B씨 고로케집은 건축시공 업체 프랜차이즈?

    B씨의 해명에도 불구, 청파동 고로케집에 대한 의혹은 계속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지난 7일 "B씨의 가족이 C업체(건축 디자인·컨설팅 회사)의 대표이거나 투자자"라며 "B씨가 영세사업자로 방송에 나가는 게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C업체는 지난해 8월경 "청파동에 수제고로케 전문점을 오픈한다"며 "골목상권에 지어진 협소상가주택에 입점할 브랜드로 키워나갈 예정"이라는 글을 공식 카페에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B씨는 지난 8일 "C업체는 저와 공동사업자인 사촌누나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 회사로 이 회사의 사업자등록에 업종을 추가하면서 고로케집을 시작했다"고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B씨는 "C업체는 건축 관련 디자인과 컨설팅을 하는 회사로 요식업과 관련 있는 사람은 회사에 단 한 분도 안 계신다"면서 "청파동 하숙골목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선정됐을 뿐이고, 사업자를 변경한 뒤엔 청파동 회사 쪽 사업자는 폐지해 회사와는 분리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또한 B씨는 "개인 사업자로 사업자 명의를 변경한 것은 제작진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며 "법인사업자로는 방송에 출연할 수 없다는 제작진의 설명을 듣고 명의를 변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B씨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프랜차이즈화는 먼 목표 중 하나였다"며 고로케집의 프랜차이즈화를 구상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건 '골목식당'과 전혀 상관없는 촬영 전 일들"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피자집·고로케집 사장 해명에 여론 더 악화

    여전히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있는 A씨와 단 몇 초라도 고로케집을 홍보하고자 편의상 건물주의 동생으로 촬영했다는 B씨의 공식 입장이 나온 뒤로 여론은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

    다수 네티즌들은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노하우를 전수, 죽어가는 음식특화 거리를 되살리겠다는 방송 취지와 이들은 전혀 맞는 구석이 없다"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경영 노하우만 없는 게 아니라 사업에 대한 열정도 부족하고 자본 사정이 넉넉지 못한 영세업자도 아니라는 점에서 '자격 미달'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탓일까. 지난 9일 전파를 탄 '골목식당'에선 고로케집 사장 B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동안 방송에 나왔던 버거집, 냉면집, 피자집에 대해 백종원이 '특급 처방전'을 내리는 장면이 소개됐다.

    '골목식당' 제작진 "다음 주 고로케집 편 방송"


    그러나 '골목식당' 제작진은 "금수저 논란 때문에 고로케집 사장 B씨 편을 통편집한 게 아니"라며 "한 회에 모든 가게가 등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음 회차에 B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제작진은 "처음 B씨와 대면할 당시 가게 명의가 건축사무소로 돼 있어 함께 방송하기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B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이고, 건축사무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에 제작진은 "상황상 오해의 소지가 있고, 요식업과 관련이 없는 회사인데다 개인이 하는 음식점이면 명의를 변경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사전 조사 당시 해당 고로케집은 다른 식당들처럼 임대료를 내는 일 매출 10만원 내외의 영세 식당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다른 골목식당들처럼 도움을 주고자 먼저 섭외 요청을 드렸고, 가게 명의로 되어 있던 건축사무소는 요식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건축 관련 회사라 판단해 명의 변경 역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면서 "최근에 사장님이 이야기한 '고로케집 프랜차이즈화'는 제작진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으로, 향후 출연자 섭외와 관련해 더 철저한 검증단계를 거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진 = S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