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옵션'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 트럼프에게 '진실' 말할 수 있는 정치적 우군
  • ▲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후 기자 회견을 갖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후 기자 회견을 갖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美대통령이 시리아로부터 미군이 철수하는 기한을 1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도록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월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2월 19일(현지 시간) 시리아로부터 철군을 발표하면서 2000여 명에 달하는 병력을 30일 이내에 철군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31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IS가 거의 격퇴됐고 우리의 군대를 그들의 가족의 품으로 ‘천천히’ 돌려 보내줄 것”이라고 밝혀 철군 속도를 조절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이와 같은 입장은 12월 30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백악관에서 회동을 가진 후 나온 것이다. 그는 회동 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은 IS를 완전히 격퇴할 것을 약속했다" 면서 “대통령도 IS의 완전한 격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명한 방법으로 (철군을) 늦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로부터의 미군 철군에 대해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달랬다’라고 표현했다. 친트럼프 성향을 보이지만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시리아에서 미군 철군 계획을 강력히 반대했던 인사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911 이후 '군사력 개입' 지지

    미 공군 법무관 출신인 린지 그레이엄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으로, 2016년 대선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그의 확고한 우군으로 자리매김하며 공화당 내에서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인사가 됐다.

    그레이엄은 특히 미국이 9.11 테러를 겪은 후 외부의 위협에 대해 군사력을 개입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필요하다면 선제적 공격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적극 옹호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성향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트위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 정권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면서 "한국은 김정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존 매케인이 생존해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철군 발표와 같은 조치에 제동을 가했을 수도 있기에 그의 공백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고 평가하며 존 매케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생전에 그와 매우 친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예상했다. 

    오랜 기간 존 매케인의 자문 역할을 해왔던 존 위버는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그레이엄과 밋 롬니 상원의원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전통적으로 국가 안보 문제에 있어선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대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진실 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더 힐’은 그레이엄이 상원 군사위원장 시절 매케인처럼 군 지휘관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며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고 지적하며 만약 그가 외교 정책 결정에 있어 트럼프의 ‘균형추’ 역할을 하기로 선택한다면,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군사력과 같은 '하드파워'를 중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는 점은 공화당의 입장에서 그레이엄이 외교 안보 정책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카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시리아 철군 기한 연장은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