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로 MBC 시청률 견인
  • 데뷔 이후 KBS와 SBS에서 연거푸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것과는 달리 유독 MBC에서만큼은 수상복이 없었던 배우 소지섭(사진·41)이 지난 30일 열린 '2018 MBC연기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95년 청바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지 23년 만이자, 98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연기에 입문한지 20년 만의 일이다.

    이날 '붉은 달 푸른해'의 김선아, '나쁜형사'의 신하균, '숨바꼭질'의 이유리, '검법남녀'의 정재영, '이별이 떠났다'의 채시라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소지섭은 "'내 뒤에 테리우스'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분들과 배우,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소지섭은 "이번 작품에선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게 아니라 밥상이 되고 싶었다"며 "그 밥상을 맛있게 차려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잘해준 정인선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식상한 시놉·캐릭터에 생명 불어 넣어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는 지난해 총파업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MBC가 꺼내든 히든 카드였다. 한동안 스크린에서만 활동하던 소지섭을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인 MBC는 '쇼핑왕 루이'를 쓴 오지영 작가와 '자체발광 오피스' 등으로 연출력을 검증 받은 박상훈 피디를 투입시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작품 만들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사전에 공개된 드라마의 시놉시스는 평론가들로부터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블랙요원 출신인 김본이 베이비시터로 활약한다는 설정은 '유치원에 간 사나이' 등 할리우드에서도 자주 써먹어온 식상한 콘셉트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그러나 소지섭은 유치하면서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주는 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으며 코믹과 액션, 로맨스를 넘나드는 연기를 제법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는 스토리였지만 소지섭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내 뒤에 테리우스'는 MBC 주중 미니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평균 시청률과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송승헌과 '남자셋 여자셋' 동기


    전도유망한 수영 겸 수구 선수였던 소지섭은 95년 청바지 브랜드 스톰(STORM) 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 당시 2위에 올랐던 송승헌과 함께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하며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2004년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강인욱을 연기해 인기가 급등한 소지섭은 2004년 KBS 2TV에서 방영된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단박에 톱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군 복무 이후 촬영한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소지섭은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2008년 개봉)'에서 영화배우가 꿈인 깡패 역을 맡아 각종 영화제 신인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쓰는 괴력을 발휘했다.

    연기 외에도 본인이 좋아하는 힙합 앨범을 매년 발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51K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연기와 매니지먼트·문화컨텐츠 투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