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하순 배럴 당 90달러 육박하던 유가, 40달러 대로…사우디 말발도 안 먹혀
  • ▲ 지난 3개월 간 UAE 두바이유의 가격 추이. ⓒ네이버 금융 화면캡쳐-美뉴욕상업거래소 기준.
    ▲ 지난 3개월 간 UAE 두바이유의 가격 추이. ⓒ네이버 금융 화면캡쳐-美뉴욕상업거래소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 한국 기업들에게는 오일쇼크를 떠올리게 만드는 국제기구다. 한국석유공사 발표에 따르면, 2018년 12월 27일 석유 현물가격은 美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6.22달러, 英북해산 브랜트유 54.47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유 49.52달러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대량 유통되는 두바이유는 지난 9월 하순 배럴 당 84.12달러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외신들은 이런 국제유가의 급락 원인을 OPEC의 힘이 빠진 데서 찾고 있다.

    OPEC은 지난 6일과 23일(이하 현지시간), 석유 감산 의지를 밝혔다. 예전 같으면 유가 하락세가 주춤해졌겠지만 이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OPEC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트윗이 유가에 더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지난 11월 21일 트위터에 “유가가 떨어진다. 멋지다. 미국과 세계를 위한 감세와 같은 것이다. 즐겨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82달러이던 것이 54달러다. 사우디에게 고맙지만 더 낮추도록 하자”는 글을 올렸다. 석유가격을 낮춰 기업들의 생산원가와 물류비용 등을 줄이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 美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기 여드레 전에 하루 50만 배럴 감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유가 하락을 막기 보다는 러시아가 그 빈틈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석유시장을 사실상 주도한다고 여겨졌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를 OPEC의 영향력 약화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일 카타르 정부가 2019년 1월부로 OPEC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OPEC 영향력 약화의 신호탄인 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트럼프 당선은 저유가 시장 신호탄”

    사실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 유가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이론에 부정적이면서 셰일 에너지 개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다.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 중질유 중심의 기존 석유 시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에너지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들은 “설마” 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셰일 에너지 생산 단가가 대폭 낮아지지 않았다며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2018년 들어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은 하루 1090만 배럴에 달했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산유국이 된 것이다. 셰일 에너지 생산량 증가는 처음에는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커지자 세계 금융계가 저유가 상황을 반기기 시작했다. 미국을 필두로 일본, 유럽 등 세계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OPEC 회원국들은 유가 하락세를 막아보려 했지만, 이익을 노리는 금융자본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미국의 셰일 에너지 또한 한 몫을 했다.

    1960년, 미국과 영국, 네델란드의 거대 석유자본 ‘세븐 시스터즈’에 대항하겠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 쿠웨이트 등 산유국들이 모여 만든 OPEC은 58년 만에 다시 미국에게 엎드리게 될 상황에 놓였다. OPEC은 1973년 1차 오일 쇼크, 1978년 2차 오일 쇼크를 일으키면서 국제적인 영향력을 과시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회원국을 15개까지 늘리는 등 승승장구 했지만, 기술의 발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원국 간의 단합에 실패하면서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