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공개 영상 가운데 11초 분량 대화…韓언론들, 덩달아 트럼프 비난
  • ▲ '동심파괴'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 ⓒ美USA투데이 관련 영상 캡쳐.
    ▲ '동심파괴' 논란을 일으킨 트럼프 美대통령의 발언. ⓒ美USA투데이 관련 영상 캡쳐.
    “트럼프가 7살 난 아이에게 ‘아직도 산타를 믿느냐’고 물으며 동심을 파괴했다.”

    지난 25일부터 국내에도 보도된 내용이다. CNN, NBC뉴스 등 美언론뿐만 아니라 BBC 등 英언론들까지도 “트럼프가 어린이의 동심을 파괴했다”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구글 뉴스에서 ‘트럼프 동심 파괴’로 검색되는 기사는 7700만 건에 이른다. 한국 언론들은 외신 보도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트럼프=동심파괴 악당’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사건은 美대통령 내외가 전통에 따라 북미방공사령부(NORAD)를 통해 파악한, 산타클로스의 현재 위치를 묻는 어린이들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USA투데이 보도와 AP통신이 공개한 영상을 살펴봤다. USA투데이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7살 난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끝물(marginal)’에 다다른 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이 공개한 영상 1분 57초 분량 가운데 12초가량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AP통신 영상에 아이의 이름은 '콜맨'이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아이에게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크리스마스에는 뭐하고 지낼 건지를 물은 뒤 “7살이라고? 너는 산타클로스를 믿느냐?”라며 “7살이면 산타를 믿는 나이의 끝물 아니냐”고 묻는다. 아이의 대답을 트럼프 美대통령은 “알겠다”며 “즐거운 성탄절 보내렴”이라고 말한다. '허핑턴 포스트'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통화를 한 어린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렉싱턴에 사는 '콜맨 로이드'라는 여자아이로 트럼프의 질문에 "믿는다"고 단호히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말 한 마디에 울상을 짓기는커녕 싱긋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만 ‘안티 트럼프’ 성향의 미국 언론을 필두로 세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가 7살짜리에게 산타클로스를 믿느냐고 물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기사를 쏟아 냈다. 중도 성향 언론들은 “아이에게 ‘산타를 믿을 나이의 끝물(marginal)’이라고 말한 게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럼 미국 어린이들은 모두 산타클로스가 실제로 있다고 믿을까. 2015년 12월 美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텍사스大 연구팀이 2014년 조사한 데 따르면, 5세까지는 83%가 산타클로스가 실존한다고 확신했지만 7세는 63%, 9세는 33%로 비율이 급감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1978년 당시 4세 85%, 6세 65%, 8세 25%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결론 지었다.

    AP통신이 2011년 조사한 결과 미국인의 84%가 8살에 산타클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나이는 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 美언론들의 과거 보도였다. 美언론들의 과거 보도를 토대로 보면, 트럼프 美대통령이 7살 어린이에게 “너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느냐”고 물었다는 것만 두고 ‘동심파괴’라고 비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