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보고서 "정치·경제 압박 강화… 비핵화 전에 해제되지 않을 것"
  • ▲ 2017년 8월 북한에서 열린 유엔 대북제재결의 반대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8월 북한에서 열린 유엔 대북제재결의 반대시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월 싱가포르 美北정상회담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로도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자 북한 고위급 간부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美정부는 2019년에는 대북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칭 중재자’인 한국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5일 평양 소식통을 인용, “北고위간부가 대북제재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북한 간부는 중국 등과의 교류에 있어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소식통에게 “미국이 대북제재를 곧 풀어줄 것처럼 해서 지난 1년 동안 참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북한 간부는 “미국과 남조선의 무조건적 비핵화 요구를 듣고도 지난 1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피를 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뚜렷한 (비핵화) 행동을 했는데도 미국은 아무 것도 내놓은 것이 없다. 우리가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핵무기 재개발” 운운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간부에게 ‘그럼 핵개발을 다시 한다는 게 당신의 의견이나 당 중앙의 방침이냐’고 물었더니 ‘당 중앙의 정책이란 곧 민심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고 전했다. 지금과 같은 대북제재에 김정은을 비롯한 권력 핵심층의 불만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다른 평양 소식통은 “올해 초 남한이 대북제재를 곧 풀면서 경제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노동당 중앙의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또한 “요즘 노동당은 새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확고히 지킴으로써 핵강국 반열에 당당히 들어섰다고 강조하자 주민들은 이에 실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 핵강국이 무슨 의미냐”는 게 노동당 간부와 주민들의 반응이라고 한다. 특히 노동당 간들은 “대북제재 때문에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 ▲ 지난 3월 유엔 회의에 참석한 故오토 웜비어의 부모. 최근 美지방법원이 북한 측에
    ▲ 지난 3월 유엔 회의에 참석한 故오토 웜비어의 부모. 최근 美지방법원이 북한 측에 "웜비어 가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놓은 것도 대북압박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많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국무부·국제개발처 보고서 “北 비핵화 전까지 계속 압박”

    북한에서는 이처럼 대북제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지만, 미국은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2019년에는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6일 “美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국, 국제개발처 아시아국은 최근 공동 작성한 美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합동전략보고서에서 ‘미국은 협상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美국무부와 국제개발처 측은 보고서에서 “경제·외교적 대북압박이 남북교류와 美北정상회담 등 2018년에 일어난 외교적 기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가 계속 진행되더라도 압박은 중요한 지렛대로 남을 것이며,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관련 물자 조달, 핵기술의 확산 등을 막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간부들의 주장과 美국무부의 보고서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하던 한국 정부의 입지가 내년에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2018년 1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결정 때부터 스스로를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자’라고 주장하며, 미국에게는 북한의 메시지를, 북한에게는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美北의 생각 차이는 양측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메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