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한 사람의 문제" "제목장사" 언론탓… "집권 2년차 권력누수 되풀이되나" 관심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제기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강경 부정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감찰 보고서 외부 유출 사건 당시 여당이 '찌라시'에 비유해 일축했던 행태와 비슷해 논란이 예상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고 발끈한 청와대의 해명과도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충분하게 해명했고 조치도 취했다고 본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전 특감반원을 겨냥, "(이 문제는) 폭로한 사람의 문제다. 자신의 비리를 뒤덮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보다는 '유출'에 초점을 맞춰 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한 4년 전 청와대의 프레임과 일맥상통한 발언이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자기 위치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을 한 것"이라며 "공직자의 역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에 자기가 근무 중에 취득했던 정보에 대해서 이렇게 마음대로 해석해서 한다?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본다. 내부고발도 아니고 이런 태도는 잘 납득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특감반 폭로 사태가 박근혜 정부 당시 '십상시 문건'과 닮았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발끈했다. 김현 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의혹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언론사를 겨냥, "억지가 억지를 낳고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한 사람의 말을 진실로 받들고 있는 행태는 바로 '적폐'의 한 단면이다. 제목장사 마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과 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를 똑같이 평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김태우 씨의 무모한 장난질에 놀아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주장했다.

    '십상시 문건 파동'에 당시 여당 "찌라시" 비난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정윤회 씨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문고리 3인방' 관련 동향에 대한 이른바 '십상시 문건'을 보고했다가 박관천 전 경정이 쫓겨났다. 그러자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며 진상조사단까지 만들었다.

    의혹이 확산되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루머 수준의 문건 때문에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현 당시 최고위원도 "그 문건, 찌라시 내용 중에, 내용이 맞는 게 무엇이 있는가"라고 일축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그 내용 자체가 하나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을 오도하고 정치를 어렵게 하고 대통령의 국정능력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내용들을 짜깁기했다"고 비난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거론하며 폭로자를 비난한 박용진 의원의 주장과 흡사하다.

    이번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었던 김태우 수사관도 박관천 전 경정처럼 우윤근 대사에 대한 감찰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반부패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산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나온 이들이 당시 여권 실세를 조사하다 작성한 의혹 문건이 집권 2년 차에 언론을 통해 터져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특감반 폭로) 사건이 박관천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며 "한국당은 이번 의혹을 국기문란행위로 규정하고 조속히 운영위원회를 소집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일단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이날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조사하고 있고, 해명을 하는 것을 보고 필요하면 운영위야 열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4년 전 '십상시 문건'과 관련 '만만회' 폭로로 의혹에 불을 붙였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번 사태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떻게 됐든 일이 일어난 것은 대단히 잘못됐고, 대개 보면 집권 2년을 지날 때에는 이런 파동이 있다"며 "지금 현재 이 상태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찔끔 인사하고 덮으려고 하면 더 큰일 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