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영란법 예외규정 '상급자 격려금' 판단… 감찰 당시 檢안팎서 "과도하다" 지적
  • ▲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4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4월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후배 검사들과 식사를 하고 격려금을 지급한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60·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4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상급 공직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 검찰국 소속 검사들에게 식사와 격려금을 준 것이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들에게 준 격려금은 김영란법 예외 규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탁금지법 8조3항은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수수금지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청탁금지법의 '상급 공직자'는 금품 등을 받는 상대방보다 높은 직급이나 계급의 사람으로서 금품 등을 받는 상대방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고, 그 상하관계에 기초해 사회통념상 위로·격려·포상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금품 제공자와 상대방이 직무상 명령·복종이나 지휘·감독관계에 있어야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지검장과 금품을 받은 후배 검사 간에는 '상하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1심과 2심의 판단도 비슷했다. 1심은 "법무부 직제상 검찰국은 일선 검사들이 겸직하고 있고, 만찬 자리에 있던 이들도 이 전 지검장을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해 상급자와 하급자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했고, 2심도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과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해 4월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법무부 검찰국 간부 등과 식사를 하면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네고, 1인당 9만 5000원 상당의 식사비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언론보도로 '돈봉투 만찬'이 논란이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이 전 지검장 등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고, 이 전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 조치되는 등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지난해 6월 이 전 지검장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며 기소하고, 면직 처분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찍어내기'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봤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와 면직 처분이 당시 검찰 안팎에서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이 전 지검장과 후배 검사들의 회식 자리 등이 관행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정부는 무리하게 감찰을 추진했다"며 "결국 '코드 인사'를 위해 이 전 지검장을 찍어냈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드러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이 전 지검장 후임은 윤석열 서울지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