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 기자 취재불허 두고 16일 자정까지 회의... 17일 회견 통해 "장관 퇴진" 재차 요구
  • ▲ 17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북민 단체들로 구성된 '탈북 기자 배제 사건 비상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판문점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발생한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 불허 사건과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7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북민 단체들로 구성된 '탈북 기자 배제 사건 비상대책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판문점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발생한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 불허 사건과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내의 탈북민 단체 리더 10여 명이 16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장소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전날 벌어졌던 탈북민 출신 김명성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통일부의 남북회담 취재 불허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한 모임이었다. 


    북한인권단체총연합(상임대표 박상학) 주최로 진행된 모임에서 탈북단체장들은 모두 긴장된 모습이었다. 통일부의 취재 불허 건(件)이 김 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란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이들은 이날 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탈북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사퇴 촉구 얘기도 나왔다. 

    박상학 상임대표는 이 자리에서 "통일부 장관의 주요 업무가 국내 탈북민 3만3000명의 성공적인 한국 정착 지원과 탈북민 고용창출임에도 탈북민들의 고용률은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신문사의 기자로 일하면서 탈북사회에서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김명성 기자에 대한 통일부의 차별은 탈북민들의 국내정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나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민들 다시 북송하라는 여론 나올까 겁나"

    박 대표는 "통일부가 남한국민들 속에 '탈북민은 못 믿을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광범위하게 심어 앞으로 탈북민들을 다시 북송시켜야 한다는 사회 여론까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드러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재를 불허한 것은 북한 사회의 계급차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앞으로 남한 사회에 탈북민 차별의 전례로 남지 않도록 탈북민들이 단합해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탈북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란 말로 이번 사태를 요약했다. 이 원장은 "얼마 전까지 우리 국민과 국군을 무참히 희생시킨 북한 살인마 김영철과 리선권은 서울과 한국 땅을 제 마음대로 활개 치도록 해주면서도 우리 국민이고 당당한 기자인 김 기자의 고유 업무를 방해한 조명균 장관은 통일부 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선권에겐 당하고, 국민 자존심엔 상처"

    이 원장은 "리선권에게 '시계가 주인 닮아 관념 없다'는 외교적 망신을 당하고도 아무 말 못 하고 북측의 고압 자세에 고분고분한 조 장관의 ‘국적’이 심히 의심스럽다"며 "국격을 떨어뜨리고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낸 여적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노희창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와서 제 밥벌이나 하고 조용히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 김 기자 사건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며 "주변의 많은 탈북민들이 '앞으로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근심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정을 넘겨 종로 회동을 마친 탈북민 단체 대표들은, 다음날인 17일  '탈북단체연합' 명의로 긴급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이날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함께 ‘조명균 장관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하면서 '조명균 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단체연합은 남한 정부와 통일부의 탈북민 차별·배제 행위를 외신을 통해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서울 유엔사무소와 유엔인권이사회, 미 국무부와 해외 각 나라들에도 이 문제를 정식 상정할 계획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탈북단체연합 측은 또 "앞으로 '탈북기자 차별사건 비상대책본부'를 결성하고 다른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쳐 조 장관이 퇴진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언론협회(IPI)는 16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김 기자를 풀 취재단에서 배제한 조치는 언론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반(gross violation)이며 정부가 비판을 두려워하고, 긍정적 보도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언론자유를 짓밟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통일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탈북민 단체 간 면담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