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코리아 분석... 해방신학 성장한 남미의 제3세계 나라들과 北의 우호적 관계 주목
  • ▲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017년 5월 24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 뉴시스
    ▲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2017년 5월 24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과연 성사될까.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나 김정은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할 것이란 사실이 공개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해방신학’의 관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이 신봉하는 마르크스주의와 ‘해방신학’의 친연성(親緣性) 때문이다.

    영국BBC의 한국어판 뉴스 사이트인 BBC 코리아는, 최근 기사를 통해 해방신학이 교황의 방북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간략한 분석을 내놓았다. BBC코리아는 기사에서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와 천주교가 연계된 '해방신학'에 몰두해 왔다”며 “때문에 북한이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BC코리아는 또 “실제 1960년대 독립을 이룬 아프리카 나라들을 비롯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은 비동맹을 결성해 반제국주의 분위기를 형성했으며 북한 역시 이들과 뜻을 함께 하며 1975년 비동맹회담에 가입한 바 있다”며 해방신학의 특성이 교황의 방북에 미칠 영향을 언급했다. 

    남미 가톨릭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민중신학’의 일종 

    “교황이 몰입해 왔다”고 BBC코리아가 표현한 '해방신학'은 1960년대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민중신학'이다. 가난하고 약한 민중의 편에 서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신학으로 '빈곤‘을 신의 뜻에 어긋나는 사회적 죄악으로 규정한다. 또 “교회가 사회정치적,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로부터 무산자들을 해방하는 사회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로메로(Óscar Romero) 대주교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적이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해방신학을 이끌다 1980년 암살당한 로메로 대주교는 사상적 측면에서 “마르크스주의자와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방신학자로 분류되는 김근수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에 대해, 2014년 자신이 출판한 책 <교황과 나>에서 "온건한 해방신학적 교황이 선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13년 3월 13일 바티칸의 266번째 주인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듬해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에 해방신학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루트비히 뮐러 대주교를 임명하기도 했다.

    북한, 지난 2000년 바오로 교황 방북 추진도

    해방신학과 무관하게 북한은 이전에도 교황의 평양방문을 시도했다.  

    지난 2000년에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평양 초청을 추진한 적이 있다.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다. 당시 북한의 종교탄압을 우려하는 교황청을 안심시키기 위해 북한 노동당은 전국의 주민등록부를 발칵 뒤져 독실한 가톨릭 신자 할머니 한 명을 겨우 찾아내기도 했다. 그를 교황청으로 보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증언을 강요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강인덕 전 장관은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교황 초청에 힘을 쏟는 것은 "교황이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에 막대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장관은 "교황이 평양에 간다면 국제사회에 '교황까지 왔다. 우리는 그만큼 평화를 원한다'는 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 전 세계적 규모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완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