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퀸' 손예진, '최고의 협상가'로 추석 극장가 노크'클래식 세 주역' 손예진·조승우·조인성, 15년 만에 극장 대결
  •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 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포크 밴드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2001년 발매)'은 2003년 개봉된 영화 '클래식'의 OST로 삽입된 곡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앓았을 첫사랑의 열병을 그린 이 영화에서 손예진은 조승우의 학창시절을 강렬하게 수놓았던 '그녀'로 등장한다. 사슴처럼 큰 눈망울로 마치 '동화 속 공주' 같은 아우라를 뽐낸 손예진은 이 영화 한 편으로 뭇 남성들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됐다.
  • 손예진은 데뷔 초 검은 머리칼과 유달리 돋보이는 하얀 피부 때문에 곧잘 할리우드 스타 '피비 케이츠'에 비견되곤 했다. 영화 '클래식'을 통해 특유의 청초한 매력이 만개하면서 이같은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드라마 '여름향기'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개봉된 이후엔, '손예진' 하면 '아련한 첫사랑'이 떠오를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흥미로운 건 첫사랑의 아이콘이자 '책받침 스타'로 등극한 이후의 행보다. 2008년 '스포트라이트'로 드라마에 복귀한 손예진은 현장에서 취재 열정을 불태우는 사회부 기자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내며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 소매치기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리더로 분한 영화 '무방비도시'와, 결혼 이후에도 자유 연애를 추구하는 인물을 연기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손예진이 '책받침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많은 여배우들이 고정된 이미지로 소비되다 사라지는 국내 영화계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배우' 손예진의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 손예진이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목마름' 때문이다.

    "지금도 제가 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대한 설렘이 있어요.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언제나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답니다. 오래도록 연기하려면, 관객들에게 지겨운 배우가 돼선 곤란하겠죠?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연기자로 다가가고 싶어요."
  • 지금도 '연기 욕망'으로 가득찬 손예진은 올해 과욕(?)을 부렸다.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 총 세 편의 출연작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 다행히도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달라, 겹치는 부분이 없다. 손예진은 이렇게 여러 작품으로 '자주' 인사를 드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눈치다. 물론 앞선 두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하다보니 개봉 시기가 그렇게 된 거죠. 만약 장르가 비슷했다면 식상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지만 세 작품 모두 성격이 다르거든요. 다행히 관객 분들이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 손예진이 올해 마지막으로 관객을 만나는 작품은 스릴러 영화 '협상'이다. 현빈도 이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출연 결심을 굳혔다는 그는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시나리오에 매료돼 이 작품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경찰이 인질범과 협상을 벌이는 내용이에요. 소재 자체가 너무 새로웠어요. 제가 해보지 못한 역할이었고요. 지루할 틈조차 주지 않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 '협상'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게 된 관계로 손예진은 '클래식'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인성(안시성)·조승우(명당)와 피할 수 없는 스크린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이에 대해 손예진은 "15년 전엔 모두가 신인이었는데 이렇게 주연 배우로 경쟁하게 돼 느낌이 새롭다"며 "다같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 분들과 데뷔 시기도 비슷하고…. 묘한 '동지 의식' 같은 걸 느껴요. 이렇게 극장에서 동시기에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도 운명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는 다시 한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네요."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