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미 대사 “러시아가 대북제재 방해”… 네벤자 러 대사 “비핵화 교착은 미국 때문”
  •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러시아가 예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충돌했다. 1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양측은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두고 격하게 서로를 비난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美대사와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간의 설전 내용을 소개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美대사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러시아가 유엔 회원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여러 차례 조직적으로 방해해 왔고, 러시아 국적자의 대북제재 위반을 은폐해 왔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헤일리 美대사는 “우리는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광범위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과의 석유제품 불법환적 등을 그 예로 들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지난 8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제재 위반 사례 및 그 구체적인 증거를 담은 대목이 빠졌다고 지적하며 “러시아는 독립성을 갖고 일하는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美대사는 이어 “러시아의 부패는 바이러스와 같다. 그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에 훼방을 놓고 있다”며 “러시아식 부패가 이제 유엔 대북제재 보고서 제작에까지 퍼졌다”고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헤일리 美대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을 향해서도 “여러분은 지난 8월 제출했던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사례가 담겨 있는 이행보고서 원본을 안보리에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가 자신들의 잘못은 부인하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속이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며 러시아를 거듭 비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국 측 비난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또한 “현재의 북한 비핵화 교착 상태는 모두 미국 탓”이라며 거칠게 반박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러시아 “미국 약속, 북한이 어떻게 믿겠나”

  • ▲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소리'는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가 “지금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난관에 봉착한 사실을 국제사회가 목격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요구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으면 합의를 할 수 없는 데는 예외가 없는 21세기 외교 상황에서 북한에게 실체도 없는 미국의 약속만 믿고 무조건 비핵화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미국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이어 “비핵화 과정은 신뢰를 쌓는 조치와 함께 시작돼야 하는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그런 조치의 한 예로, 남북은 이미 이 목표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남북한은 이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합의에 근접한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주지 않아 비핵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네벤쟈 대사는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객관성과 투명성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도 중간보고서 초안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보고서 내용을 삭제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을 모두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한국에 주둔 중인 유엔군 사령부도 비난했다. 최근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를 위해 한국 관계자들이 방북하려는 것을 유엔군 사령부가 거절했다면서 “미국의 통제 아래 운용되는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려는 것을 방해했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이에 헤일리 대사는 추가 발언을 통해 “러시아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도,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살해당할 뻔 했을 때도,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했을 때도 같은 식으로 부인하고, 혼란스럽게 만들며,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했고, 네벤쟈 대사는 다시 “(헤일리 美대사의 발언에는) 정치적으로 나쁜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소리’ 는 이날 로즈매리 디칼로 유엔 정무국(UNDPA) 사무차장은 안보리에 나와 “북한이 여전히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징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