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정당대표에 '정상회담 동행 요구'… 국회 "무례하다" 판문점 동의안 불발 가능성
  •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이종현 기자
    ▲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이종현 기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0일 깜짝 발표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국회의장단·여야 5당 대표 초청’이 여야 정쟁의 불똥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임종석 실장은 당시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진행될 평양 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상 9명을 특별히 국회·정당 대표로 초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과 각 정당대표들에 대한 '정상회담 동행 요구'를 청와대 비서실장이 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로부터 돌아온 회신은 ‘거절’이다. 국회 대변인실은 임종석 실장 초청 제안이 있던 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후 3시 30분부터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및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협의한 결과, 이번 정상회담은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무례하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임종석 실장의 초청 제안으로 정치권 분위기가 급랭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음날인 11일에도 이어졌다.

    "청와대가 무례하다" 급냉한 국회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10일 평양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 및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9명을 공개적으로 초청했다”며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국회의장단도 1시간만에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이어 “(임종석 실장의) 공개초청 전 청와대와 당사자들간 사전조율은 전혀 없었다. 야당 대표들은 평양 정상회담 동행에 대해 청와대가 아닌 문희상 국회의장으로부터 전화로 들은 게 전부다. 정상회담 1주일 전 민감한 문제를 당사자 동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초청을 제안한 것은 지나치게 정략적인 행태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독단적인 정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때 “청와대 어디로부터도 정당대표 동행에 대한 의견 및 제의가 없는 상태에서 임종석 실장이 회견을 했다. (그의) 일방적 발표로 상당히 놀랐고 언짢았다. 이건 기본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게 당리당략? 청와대 "거둬 달라" 요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입장에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격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길 바란다. 국회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회담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달라”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 때 “청와대가 평양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 및 여야 5당 대표가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수야당은 거부했다.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과 행동이다. 이는 정략적인 반대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임종석 실장 제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인 여야의 갈등골은 꽤나 깊은 모양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한병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찾아와 다시 한 번 평양 정상회담 동행을 요청하자 “(청와대가) 야당에 (정상회담 관련) 자리를 만들어줬는데 ‘거부했다’는 말만 나는 효과를 바란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판문점 동의안+예산 추계' 국회로 넘어가

    결국 여야의 갈등은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요청서 불발’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때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준동의안과 비용추계서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 전면적 개선 및 발전’을 비롯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의 철저한 이행’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을 국무회의 때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한다”며 “하지만 정부 비준동의안 재정추계에는 구체적인 대(對)북한경제지원예산 전체규모가 포함되지 않았다. 상세한 재정추계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안은 논의 대상조차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