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1시 810명 돌파… 1천 명 달성하면 조희연 교육감 '공식답변'해야
  • ▲ 20일 서울교육청 학생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대성고 재학생의 청원. 자율형사립고인 대성고는 일반고 전환까지 김상곤 교육부장관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 ⓒ서울교육청 청원게시판
    ▲ 20일 서울교육청 학생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대성고 재학생의 청원. 자율형사립고인 대성고는 일반고 전환까지 김상곤 교육부장관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 ⓒ서울교육청 청원게시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을 두고 학교 측과 학부모·학생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된 일방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학교 측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학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서울교육청 청원게시판에 '일반고 전환 취소' 청원을 대거 올리면서, '대성고 사태'가 조희연 교육감의 '청원 1호 답변'이 될 전망이다. 

    21일 서울교육청은 지난달 25일 지원자 감소 등을 이유로 대성고가 요청한 '자사고 지정취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성고는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350명 중 250명이 지원해 지원자 미달 사태를 겪었다. 서울교육청의 결정으로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까지 남은 것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동의 뿐이다.

    문제는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결정에 대해 학부모·학생들이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전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된 일방적 결정"이라며 일반고 전환 취소 및 교장 퇴진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등록금 납부 거부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설명회를 갖는 등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성고 관계자는 "일반고 전환 신청 이전 학부모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긴 했지만, '의견수렴'이 아니라 '통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겠다"고 했다. 실제 대성고가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한 일반고 전환 요청서에는 학교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는 증빙서류가 첨부됐다.

    이처럼 학교 측이 '일반고 전환'을 강행하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서울교육청 청원게시판으로 몰려가 조희연 교육감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교육청 '학생 청원게시판'에는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과 관련, '교육감님은 왜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사고를 폐지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대성고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차 모르는 학생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에서는 한 번도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을 (학생들에게) 설명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학생은 꼭두각시처럼 학교가 결정하는대로 따르는 것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또 "자사고는 나라에서 만들었고, 학생들은 만들어진 자사고를 선택했을 뿐인데 왜 자사고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자사고 운영이 어렵다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희연) 교육감께서 학생을 존중한다면 진심어린 답변을 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벤치마킹한 서울교육청 청원게시판은 '학생'과 '시민' 게시판 등 두 가지로 구분돼 운영된다. '학생 게시판'은 청원 한 달 안에 '1천 명 찬성'을 충족하면 조희연 교육감이 한 달 안에 공식 답변해야 한다. '시민 게시판'의 경우 1만 명이 동의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20일 저녁 10시쯤 400여 명이 동의했고, 이날 오후 1시 현재 818명을 넘겼다. 이 추세대로라면 1천 명 달성은 예정된 수순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청원게시판 공식 답변 1호 청원은 '대성고 사태'가 확정적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실확인과 대성고 비대위 움직임과 관련한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며 "청원 동의 1천명을 달성하는대로 조 교육감 공식답변 논의도 이번주 내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 게시판'의 관리 및 운용의 허점도 지적된다. '학생 게시판'에 동의하기 위해서 학생임을 인증할 수 있는 절차가 없어서다. 대성고의 경우 전교생 수가 1천 명에 되지 않는다. '학생 게시판' 동의자 수가 1천 명이 나올 경우 학부모가 대리 청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까지 뜻을 모아 '학생 게시판'을 활용할 경우, 이번 사례와 같이 1~2일 사이에 '청원 1천 명'을 채우고 교육감을 불러낼 수 있어 "행정력 낭비"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원게시판 담당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도입 취지에 아주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1천 명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아직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우선 추이를 지켜보며 향후 운영의 묘를 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성고는 1972년 개교해 2009년 자사고로 지정됐다.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지난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 미림여고와 우신고에 이은 서울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한 3번째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