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대, '드루킹' 토론회... "킹크랩 통한 '조작', 언론의 '축소' 모두 문제"
  • ▲ 미디어연대는 16일 서울 노원구 뉴스타운 스튜디오에서 '드루킹 사건, 여론형성 왜곡 전모를 밝힌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조원룡 변호사, 김용호 인즈시스템 기술연구소장,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이석우 동국대 객원교수, 박한명 미디어연대 운영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 미디어연대는 16일 서울 노원구 뉴스타운 스튜디오에서 '드루킹 사건, 여론형성 왜곡 전모를 밝힌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조원룡 변호사, 김용호 인즈시스템 기술연구소장,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이석우 동국대 객원교수, 박한명 미디어연대 운영위원. ⓒ뉴데일리 정상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에 대한 댓글 조작 사건이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의해 수사 중인 가운데, 드루킹 일당이 의도적 여론형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비롯해 사건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디어연대(공동대표 조맹기·황우섭)는 16일 서울 노원구 뉴스타운 스튜디오에서 '드루킹 사건, 여론형성 왜곡 전모를 밝힌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용호 인즈시스템 기술연구소장은 '웹 매크로 시스템 구성 원리 및 동작 방법'에 대해 발표했다. 김 소장은 "매크로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나 명령어를 사용하기 쉽게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불법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드루킹이 사용한 매크로 시스템 '킹크랩'을 소개했다. 그는 "킹크랩은 매크로 기반의 IP 주소를 바꿔가며 인터넷 정보를 조장하는 '해킹 툴'이며, 드루킹은 정보를 조작해 얻은 대가로 자신들이 원하는 댓글에 공감을 눌러 여론몰이를 했다"고 강조했다.

    드루킹은 네이버 ID 2,286개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뉴스 기사 537건의 댓글 1만6,658개에 대해 공감 또는 비공감을 184만3,048회 부정 클릭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와 관련, 허익범 특검은 드루킹이 '킹크랩2'를 이용해 뉴스 기사 5,533개의 댓글 22만1,729개에 대해 공감 또는 비공감을 1,131만 116회 부정 클릭해 댓글 순위를 조작한 행위를 포착해 지난 7월 말 추가기소를 진행한 상태다.

    "네이버, 여론조작 매크로 악용 막기 위한 인공지능 개발해야"

    '킹크랩'은 '킹크랩1'과 '킹크랩2' 등 2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김 소장에 따르면, '킹크랩1'은 매크로를 스마트폰에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사용하려면 많은 수의 휴대폰이 필요하다. 다만 기기별 환경 최적화에 따른 오류가 잦고, 가시적인 매크로 성과를 얻기 위해 많은 휴대폰을 조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데이터 통신 지연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댓글을 다는 데 애로사항도 있다.

    반면 '킹크랩2'는 아마존 웹 서버(AWS) 기반 프로그램으로, 휴대폰이 필요 없고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 김 소장은 "드루킹 일당이 '킹크랩1'을 이용해 184만3,048회 공감·비공감을 클릭한 것에 비해, '킹크랩2'를 사용했을 때 1,131만116회나 클릭한 것을 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웹 매크로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선 방대한 양의 ID와 PW가 필요하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사용자 웹페이지)처럼 관리자가 설정한대로 구동하면 된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동일 IP로 '공감'을 연속 5회 클릭하면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프록시와 같은 IP 우회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Agent(좀비) PC'를 활용한 웹 매크로 시스템 구성 방식도 있다. 좀비 PC란, 해커가 의도적으로 악성코드를 심어놓은 PC다. 마치 좀비처럼 해커의 뜻대로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좀비 PC의 장점은 IP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굳이 IP를 우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좀비 PC로 매크로를 실행, 서버에 저장된 웹사이트의 환경 값과 특정 기사를 불러와 공감·비공감 등 직접적인 동작을 취할 수 있다.

    환경 값이란, 해당 웹사이트가 미리 정해놓은 규칙이다. 예컨대 웹사이트 이용자가 너무 빠른 클릭을 하면 이상 행위로 감지해 차단하는 규칙인데, 이를 좀비 PC를 활용해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네이버는 이런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정책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거나 매크로를 적발하는 인공지능 학습모델을 개발해 운용한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우 동국대 객원교수는 '드루킹 특검의 중대성,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특정 정치권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한 조작된 여론에 의해 국정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국가와 국민들에 대한 심각한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언론관계법 적용을 통해 네이버 등 포털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이미 인터넷 사용자 절반 이상이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고, 모바일 뉴스 점유율 역시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특검 연장 및 경찰 증거인멸 수사 촉구 △포털 및 온라인 소통체계 전반의 여론조작 행태에 대한 전수조사 및 수사 △웹사이트 감시·시정 제도 및 관련법규 보강 및 제정 △시민사회의 중립적·객관적 감시 모니터링 등을 제안했다.

    조원룡 변호사는 '드루킹 사건'을 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조 변호사는 "드루킹의 불법 여론조작은 그 자체로 헌법 제1조 2항의 국민주권주의 원리, 다수결 원리와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침해했다"며 "여론조작이 19대 대선 당락에 영향을 끼쳤다면, 당선됐어야 할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들의 선거권(헌법 제24조)과 탈락한 후보의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형법 제91조 1호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명백한 국헌문란행위"이라고 선을 그었다.

    "언론, 편향성 버리고 드루킹 사건의 '핵심' 보도해야"

    박한명 미디어연대 운영위원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한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박 위원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 따져도 단순한 댓글조작, 여론조작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법 여론조작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보면 국정농단 사건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현재 언론이 지칭하는 '드루킹 게이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보다 '제2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부르는 것이 본질에 가깝다고 본다"면서도 "이 사건이 고작 업무방해와 김경수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그치는 것의 책임은 언론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드루킹 사건의 핵심이나 본질을 보도하지 않고 드루킹을 과대망상증 환자로 묘사한다거나 정치브로커의 일탈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최순실 특검 정국을 떠올리면 할 말이 없는 수준으로, 언론의 편향성은 검색만으로도 바로 확인된다"고 했다.

    박 위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 기준 네이버에서 '드루킹 김경수'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한겨레신문은 130건, 경향신문은 251건을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464건, 동아일보가 321건을 보도했다.

    그는 "보도량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며, 보도 내용을 봐도 한겨레신문이 김 지사를 옹호하거나 드루킹이 비정상적인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기사들은 쓴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박 위원은 "드루킹 사건이 축소되는 데는 지상파 방송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 때는 기를 쓰고 의혹을 파헤치던 공영방송 간판 시사프로그램들은 드루킹 사건엔 침묵하고 있다"며 "당시 공정보도와 정의를 부르짖던 그들의 태도를 보면 벌써 몇 개의 기획 아이템이 나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위원은 "국정농단이라던 최순실 사태과 비교해,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훨씬 명확한 증거와 정황들이 쏟아진 마당에 언론은 더 이상 축소나 외면으로 은폐해선 안 된다"며 "언론이 정의를 말하려면 이 사건을 더욱 파고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