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ARF 회의서 친서 전달…北노동신문 “미국은 대북제재 압박 말고 대화 나서야” 반발
  • ▲ 성 김 駐필리핀 美대사에게 받은 트럼프 美대통령의 친서 봉투를 만지작 거리는 리용호 北외무상. 나중에는 봉투 속을 힐끗 들여다 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 김 駐필리핀 美대사에게 받은 트럼프 美대통령의 친서 봉투를 만지작 거리는 리용호 北외무상. 나중에는 봉투 속을 힐끗 들여다 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리용호 北외무상에게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친서는 미군 유해 송환 때 김정은이 보냈던 친서에 대한 답장이다.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류 봉투에 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친서”라고 확인했다.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ARF에서 리용호 北외무상과 말할 기회가 있어 ‘빠르고 정중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美대표단은 김정은의 친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할 기회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회의 개막 기념촬영 때 리용호 北외무상과 악수를 나눴다. 그 직후 성 김 駐필리핀 美대사가 리용호 北외무상에게 봉인되지 않은 서류봉투를 전달했다. 리용호 北외무상이 서류봉투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힐끗 들여다보는 장면도 언론에 포착됐다.

    폼페오 美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백악관도 마찬가지였다. 언론들은 해당 친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다양한 추측성 보도를 내놨다. 주로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담겼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ARF 회의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으로 친서 내용을 추정할 수 있을까. 그는 회견에서 “저는 북한 비핵화를 확신한다”면서도 “그러나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는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일 美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017년 9월 이후 러시아가 1만 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취업 허가를 내줬다”고 보도한 데 대해 “만약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北근로자의 신규취업 금지)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이유가 된다”면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오 美국무장관의 이 같은 발언과 함께 지난 7월부터 불거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중국 선박의 한국 입항,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를 위조하는데 러시아가 도움을 준 정황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김정은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넣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여기다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이 6일자 사설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先비핵화 주장만을 고집한다”며 “미국은 제재 압박이라는 구석기 시대의 돌도끼를 버리고 신뢰와 존중의 자세에 다가서야 한다”고 미국을 비난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압박’에 무게를 두었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