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방북 신성하이호, 한국에 3번 이상 들어와… 北 석탄 환적선박은 21차례나 드나들어”
  • ▲ '마린트래픽'에 등록돼 있는 파나마 선적 화물선 '그레이트 스프링'호의 모습. ⓒ마린트래픽 관련화면 캡쳐.
    ▲ '마린트래픽'에 등록돼 있는 파나마 선적 화물선 '그레이트 스프링'호의 모습. ⓒ마린트래픽 관련화면 캡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던 선박이 이후로도 한국 항구에 수시로 들락거렸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자체적인 제재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17년 북한에 두 차례 정박했던 선박이 그 이후로도 한국에 최소 세 차례 입항했고, 북한산 석탄을 불법환적한 선박도 한국에 입항했다”면서 “북한에 기항한 지 1년 이내인 선박은 입항할 수 없다던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지목한, 문제의 선박은 中업체가 소유한 ‘신성 하이’호와 파나마 선적 ‘그레이트 스프링’호였다.

    토고 선박이라며 이름-선적 모두 바꿔

    벨리즈 선적인 ‘신성 하이’ 호는 2018년 1월 20일 군산항에 토고 선적의 ‘탤런트 에이스’호라고 이름과 선적을 속이고 들어왔다가 ‘한국선급’과 군산 항만청에 불법 사실이 적발된 이후 한국 정부에 억류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 3월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신성 하이’호는 2017년 7월 26일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은 뒤 8월 13일 中바위취안항에 하역했다. 이어 8월 31일 다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고 떠나 9월 27일 베트남 캄파항에 내려놓았다. ‘신성 하이’호는 북한에 입항할 때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일부러 껐으며, 이를 재작동할 때는 선박 무게가 더 무거워진 상태였다고 한다.

    ‘신성 하이’호는 베트남을 다녀온 뒤인 2017년 10월 상순 中장자강항에 입항했다고 같은 달 10일 인천에 입항했다. 이때 인천 북항에서 안전검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후 중국으로 되돌아간 ‘신성 하이’호는 10월 21일 부산 감천항, 27일 포항 제8부두에 입항했다고 한다.

    한국의 독자적 대북제재에 구멍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에 두 차례나 드나들고 불법으로 석탄까지 실어 나른 선박이 세 번씩이나 한국에 입항했다”면서 “이는 북한에 입항한 지 1년 이내에는 자국 항만에 입항할 수 없도록 한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에 구멍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 ▲ 美VOA가 '마린트래픽'에서 찾아낸 '신성 하이'호의 부산 감천항 입항 당시 위치. ⓒ美VOA-마린트래픽 화면캡쳐.
    ▲ 美VOA가 '마린트래픽'에서 찾아낸 '신성 하이'호의 부산 감천항 입항 당시 위치. ⓒ美VOA-마린트래픽 화면캡쳐.
    ‘미국의 소리’ 방송은 “물론 ‘신성 하이’호가 AIS를 끈 상태로 북한에 들어갔기에 한국 측이 북한에 간 사실을 파악 못했을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한국 정부가 자체적인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대북제재에 구멍이 난 사례는 또 있었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산 석탄 불법환적에 가담했다고 지목한 파나마 선적의 ‘그레이트 스프링’호였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들은 이 배가 2017년 7월 11일 러시아 나홋카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실어 7월 18일 中텐진항에 하역했다고 한다.

    북한 석탄 실은 선박은 21번이나 드나들어

    ‘미국의 소리’ 방송은 “그런데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그레이트 스프링’호는 2017년 8월 3일부터 2018년 3월 24일까지 한국 포항, 평택, 인천, 부산 등에 21번이나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그레이트 스프링’호는 포항에 8번, 평택과 인천에 5번, 부산에 3번씩 입항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2월 22일에는 한국에 입항해 안전검사를 받았음에도 당국에 억류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그레이트 스프링호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도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제재를 받은 기록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레이트 스프링’호가 한국을 드나는 사실이 확인돼 북한산 석탄 운송에 가담한 뒤 한국에 무사히 입항했던 선박은 ‘리치 글로리’호, ‘스카이 엔젤’호, ‘신성 하이’호, ‘그레이트 스프링’호 등 4척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서 중국과 러시아 뿐만 아니라 한국도 ‘구멍’이 났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0일 ‘해명자료’를 통해 “리치 글로리호와 스카이 엔젤호가 국내 입항했을 때 검색을 실시했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사항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가 스스로 만든 대북제재까지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줄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