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시험문제 공개' 저작권법 위반 혐의... 8시간 만에 풀려나
  • ▲ 이순임 MBC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이 26일 경찰에 체포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 이순임 MBC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이 26일 경찰에 체포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이순임 MBC공정방송노동조합위원장이 MBC 공채 시험에서 '이념 편향적 사상검증' 문제가 출제됐다며 시험지를 외부에 공개한 것과 관련, 26일 오전 자택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가 8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이 이 위원장의 집까지 출동한 이유는, 5차례 출석요구한 불응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시험문제 외부 공개에 따른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 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아침 경찰 4명이 집에 찾아왔다. 최승호 (MBC) 사장이 왜 이념적 문제를 낸 것인지, 노조위원장으로서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알린 것 뿐인데 MBC가 나를 저작권법 위반·업무방해로 고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기가 막힌다"며 "그렇게 숨기고 싶은 문제를 왜 냈는지, 그런 문제를 출제한 의도가 무엇인지 최 사장에게 묻고 싶다. 이런 일에 경찰 공권력을 낭비하는 것 역시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지난 3월 MBC 공채 시험 '사상 검증' 논란
    앞서 3월 18일 MBC는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MBC 신입 공채 시험을 진행했다. '신입사원 사상검증 공채' 논란을 일으킨 문제는 2문항이다.

    '평창 남북단일팀을 놓고 긍정 평가가 늘고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고조된…', '글 속에서 평화 혹은 공정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나게 하라'는 문장이 포함된 논술 문제와, '북한 선군정치의 의미'에 대해 묻는 객관식 문제다. 이날 시험 감독관이었던 이 위원장은 해당 문제들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이 위원장은 퇴근길에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부터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시 (MBC) 인사부에서 '시험문제 유출'로 나를 고발했고, 결과에 따라 나를 징계할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MBC는 지난 5월 "회사(MBC)는 이 위원장에 대한 고소, 고발, 수사요청 등을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최 사장 명의의 공문을 이 위원장에게 보내 고소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최근까지 경찰로부터 총 5번의 출석요구를 받았다. 이 위원장이 5차례 모두 불응하자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이다.
  • ▲ 지난 5월 25일 MBC가 이 위원장에게 보낸 공문. ⓒ뉴데일리 DB
    ▲ 지난 5월 25일 MBC가 이 위원장에게 보낸 공문. ⓒ뉴데일리 DB
    MBC측 "시험지 유출에 대해 수사 의뢰했을 뿐, 이 위원장 지목 안 해"
    이와 관련, MBC 홍보부 관계자는 "MBC는 시험지가 외부에 유출된 사태에 대해 지난 3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순임 위원장이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누가 시험지를 유출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진이 돌아다닌 거고, 회사 입장에서는 허가 없이 시험지가 촬영·유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MBC는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 뿐이며, 특별히 이 위원장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요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5월 공문'에 틀린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이 체포된 것에 대해 MBC 홍보부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상황을 알려주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모르겠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현재 이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저작권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 방해' 등 3가지다. 이 위원장이 MBC 공채 시험문제를 공개한 것이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 법조계 관계자의 의견을 물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MBC가 수험생에게 시험지를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했을 경우, 수험생이 시험지를 공개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측 노조위원장으로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공익을 위해 이미 출제된 문제를 사회에 공개한 것은 저작권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횡령이나 업무 방해로 보는 것도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문제를 공개해서 금전적 이익을 취한 것도 아니며, 문제가 재활용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