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운드 경주장 ‘마카오 카니드롬’, 경주견 500여 마리 남겨둔 채 도주
  • 아시아 유일의 그레이하운드 경주장인 마카오 카니드롬이 6월 말 마지막 레이스를 마치고 지난 21일 자정을 기해 계약기간 만료로 폐쇄하는 과정에서 운영회사가 533마리의 개들을 악취가 진동하는 더러운 유치장 안에 유기하고 야반도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일 자정 전 경주장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회사 직원들로부터 경기장을 접수한 마카오 민정총서(民政總署, 정부) 직원들은 운영회사 측이 경주견들을 비참한 환경 속에 버리고 떠난 것을 확인했다.

    민정총서는 운영회사에게 7일간 유예기간을 주고 개들을 처리하도록 요구했으며 책임있는 조치가 없을 경우 경주견 한 마리당 2만 파타카(약 279만 원)에서 10만 파타카(약 1,39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형사고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벌금이 실제로 부과되면 운영회사는 최고 5,330만 파타카(약 74억 3,500만 원)를 납부해야 한다. 마카오 TDM 방송의 포르투갈어 라디오 뉴스는 이와 관련 운영회사의 개 경주 관련수익이 최근 매년 평균 300만 파타카(약 4억 2,000만 원, 예정 최고 벌금액의 약 6%)를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마카오 민정총서는 개경주 운영회사에 대해 3년 전부터 입장객 감소와 동물학대 논란이 일자 폐쇄를 예고하고 경주견들의 처리를 요구했다. 운영회사 측은 이에 대해 경마 방식의 해외 온라인 경주장으로 시설 유지와 개 한 마리 당 1,000파타카(약 14만 원)를 지불하고 경주견 소유권을 유지하는 제안을 내놓았지만(TDM 포르투갈어 라디오 보도), 민정총서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운영회사는 폐쇄 직전까지 개들의 처리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20일 자정 경주장에서 철수했다.

    민정총서의 설명에 따르면 유예기간 중 운영회사가 납득이 되는 처리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개들은 몰수되며, 민정총서는 10일간 시설을 유지한 후 입양절차 이행에 들어간다. 개들의 미래가 결정될 때까지 양육비는 운영회사에게 청구되며, 경주장은 향후 체육시설로 운용된다.

    한편, 일부 회사직원 40여명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회사의 지시에 따라 21일 아침 출근했다가 민정총서의 설득으로 귀가했는데 이 직원 전원은 향후 민정총서가 리스보아 호텔 카지노 등 타 업체 전직을 보장했다.

    시설을 접수한 민정총서는 21일 오전 기자들에게 시설을 공개했다. 경주견 유치장에서는 개 특유의 악취가 진동했으며, 일부 개들은 강제수용소 같은 더러운 환경의 우리 안에 가둬져 있었다. 민정총서측은 해당 장면의 사진촬영을 저지했다. 같은 날 오후 다시 시설을 방문했을 때는 악취는 해소됐지만, 시설을 떠날 때 경주견들이 일제히 흐느끼기 시작해, 경주견들이 원하지 않는 환경에 있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공개한 유치장은 533마리 중 10마리가 수용된 일부 유치장뿐이었으며, 나머지 유치장은 공개하지 않았다.
  • 현장의 민정총서 위생감독부 소속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접수 직후 20여명의 정부 직원, 50여명의 동물보호단체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20여명의 청소회사 직원이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경주견들은 피부병과 설사병에 걸린 15마리의 개들을 제외하고 모두 건강하다” 고 밝혔다.

    이 책임자는 경주견들이 중국에 개고기나 수혈용으로 팔려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밝히며, “폐쇄 전 경주견 5마리가 중국으로 입양됐다가 문제가 생겨 반송돼 왔다. 건강증명 등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국에는 입양되지 않을 것이다. 입양 희망자 중 향후 행방이 확인 가능한 정보증명(infromation certificate) 발급이 불가능한 희망자에게는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마카오 동물보호단체 ANIMA(Sociedade Protectora dos Animais de Macau)의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사람이 없는 밤사이에 유치장이 더러워 진 것도 있지만, 개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전적으로 운영회사 측에 책임이 있다. 청소직원들이 계속 청소 중이지만 개들을 이런 열악한 환경에 내버려 두면 곧 다 죽을 것이다. 운영회사는 관리비용을 아끼려고 이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주견들이 정부 측에 입양됐다는 연합통신의 보도에 대해서는 “개들은 그냥 무책임하게 버려진 것”이라고 확인했다.

    마카오 개경주장은 1931년 한 마카오 상인이 당시 상하이에서 유행하던 개경주장을 본 따서 도입했다. 1938년 중일전쟁 여파로 중지되어 일본군 점령 시에는 포로수용소로 사용됐다. 1963년 경주가 재개됐으며, 마카오 및 홍콩인들의 인기를 한동안 누려왔다.

    그러나 마카오 중국 반환(1999년)을 전후로 마카오 재벌 스탠리 호(何鴻燊)의 카지노 독점체제가 풀리면서 인기가 식기 시작했다. 경주견들은 호주의 그레이하운드 품종을 공급받고 있었으나, 마카오 경주견의 실태를 고발한 2015년 호주 ABC방송의 보도 이후 공급이 중단됐다.

    당시 ABC는 개들이 경마처럼 제대로 연습하거나 다른 개들과 교우할 기회를 갖지 못하며, 처음 5번 레이스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안락사 후 화장당한다고 보도했다. 이후 항공사들의 경주견 공수 거부 등 어려움이 계속되자 마카오 정부가 폐쇄를 결정했다.
  • 운영회사의 소유주인, 스탠리 호의 네 번째 부인이자 마카오 입법회 의원인 안젤라 렁(梁安琪)은 폐쇄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경주장과 경주견들을 계속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가 질문에 대해서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답을 하지 못했고 이후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개경주장의 실태에 대해 마카오 입법회의 최연소 의원(26세)인 술루 소우(蘇嘉豪)의원은 필자에게 “개경주장 사태의 본질은 이익이다. 안젤라 렁 의원은 돈 때문에 개 관리를 소홀히 한 채 경주장 유지를 희망해 왔다. 기부하면 그만인 개들을 저렇게 붙잡고 있다가 내다 버린 이유도 다 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소우 의원은 이어서 “스탠리 호 가문 회사에서 왜 이런 복잡한 일에 렁 의원 혼자만 매정하게 내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다. 회사 변호사가 민정총서와 협상중이라지만, 내부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잘못하면 다음 선거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과 호주 그리고 이웃 홍콩에서 마카오 경주견의 입양을 희망하고 있으며, 수십 마리는 폐쇄 전 이미 입양됐다. 경주견 입양을 주선중인 홍콩 입법회 클라우디아 모(毛孟靜) 의원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위생을 유지해야 하는 경마와 달리 개 경주는 비위생적이며 경주견들은 온갖 학대를 당하는 현대사회에 부적합한 비인간적 오락이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개경주가 장사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이 개들을 입양하려는 건 인도적 의무 때문”라고 주장하며, “개인적으로 개경주장이 폐쇄된 데 대해 기쁘다”고 말했다.

    개경주와 관련된 최근 유사 사례로서는 2008년 폐쇄된 미국령 괌의 개경주장이 있다. 폐쇄당시 150여 마리의 개들이 경주장에 찾아온 일반인들에게 절차 없이 공개 분양됐으나, 그중 일부가 투견 도박장으로 끌려가거나 길거리에 버려졌고, 놀란 당국이 살아남은 개들을 회수하여 미국 본토로 정식정차를 밟아 입양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