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일정 내내 별 내색 없어… 그리고 보니 출발하는 날 아침 식사를 안하신 것 같다"
  • ▲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여야 정치권이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노회찬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참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오후 12시 40분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오늘 오전 우리당 노회찬 원내대표에 대한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가 있었다"며 "사건과 관련한 대략의 사실관계는 경찰의 발표와 같으며, 자세한 상황은 저희도 파악 중"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이어 "고인과 관련된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가주실 것을 언론인 여러분께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와 이정미 대표 등 지도부는 충격을 받은 듯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믿을 수 없다" 충격 감추지 못해

    전날까지 노 원내대표와 함께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에 다녀온 여야 원내대표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노 원내대표가 방미 일정 기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기에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워싱턴 방미 일정 중 특별한 기류나 어떤 문제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단 한 번도 그런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 의혹) 문제를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귀국 전 간단하게 저녁자리를 했지만, 80년대 노동·민주화 운동의 동지로서 그런 대화를 나눴다"며 "언론인들의 질의 응답이 있었지만, 제가 따로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온몸을 던져온 정치인"이라며 "너무 충격적이라 사실 아무 말씀을 드리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드루킹 이야기 주고받은 적도 없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나 가슴 아프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늘 노동운동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을 대변하고자 했던 노회찬 의원의 진정성이 어떻게 이런 비통한 죽음으로 마무리됐는지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방미 기간 중 드루킹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하며 "방미 일정 마지막 날 정의당 노회찬,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과 가진 저녁 자리는 과거 노동운동 시절 얘기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 세미나' 참석 도중 노 원내대표의 비보를 접하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 김 위원장은 이후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예방 자리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 정치가 이렇게 비극적일까. 이런 정치가 해결 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로 답답하다"며 "협치를 통해 우리 정치가 극단적 대립으로 만드는 잘못된 것을 차단하고 같이 고민하는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충격적인 비보"라며 "철저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충격을 금할수 없어다. 삼가 조의를 표하고 또 우리 같은 교섭단체를 하고 있는 정의당 의원님들과 당원들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보니 토요일 아침 식사 안하신것 같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가) 미국에서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며 "굉장히 큰 충격"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토요일 1시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그 전날, 금요일 저녁에 5명이 모여 맥주를 2시간 정도 했다"며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와서 보니 토요일 아침에 (노 원내대표가) 식사를 안 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같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는 그 얘기를 서로 일절 안 했다"며 "(노 원내대표 역시) 물어보지도 않고, (드루킹 관련 얘기를) 우리에게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경이 어떻게 변화가 생겼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한국에 들어와 여기 상황에 대해, 미국에서 알지 못했던 상황을 아셨을 수도 있다"며 "아니면 무엇에 대해 압박을(느꼈거나), 굉장히 정의를 부르짖으며 사신 분들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고민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설명했다. 

    "고뇌 내려놓고 영면에 드시기를"

    여야 정치권은 논평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여주셨고 정치개혁에도 앞장섰다"며 "촌철살인의 말씀으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은 한국정치의 비극"이라고 했다. 

    윤 대변인은 "현실에서의 고뇌는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면에 드시길 바란다"머 "고인께서 못다이루신 정치발전에 대한 신념은 여야 정당이 그 뜻을 이어 함께 발전시켜 가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노회찬 원내대표를 "진보정치의 큰 별"이라고 지칭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 서서 기득권의 강고한 벽에 온몸을 던져 맞서 싸웠던 대한민국 노동 운동과 진보정치의 산 증인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충격적… 나도 패닉상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애도를 표한 정치인도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선수 대법관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노동자를 위해 정치활동을 한 노 의원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가슴 아프다"며 "솔직히 청문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다. 어떻게 하죠?”라고 적었다. 그는 "노 대표의 인격상 무너져내린 명예와 삶, 책임에 대해 인내하기 어려움을 선택했겠지만, 저 자신도 패닉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