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체제선전 영화, 돈까지 주고 틀어야 하나?

'부천 영화제' 출품 北영화 9편에 저작권료 지불 확인... 주최측·경문협 "금액 밝힐 수 없다"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13 21:02:03
▲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2일 개막했다. 22일까지 이어지는 BIFAN에서는 북한 영화 9편이 전 국민을 상대로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12일 개막했다. 22일까지 이어지는 BIFAN에서는 북한 영화 9편이 전 국민을 상대로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BIFAN 측이 국민 세금이 포함된 영화제 예산의 일부를 사실상 북한에 저작권료로 지불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BIFAN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영화를 들여오기 위해 위해 일정 수준의 저작권료를 통일부 등록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기탁했고, 해당 기탁금(저작권료) 조달은 영화제 예산에 한해 지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가 밝힌 영화제 총 예산은 45억원 내외 수준이다.

앞서 BIFAN은 지난 10일 "관계당국으로부터 북한 영화 9편(장편 3편, 단편 6편)의 공개 상영을 최종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BIFAN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영화 편지'라는 주제로 북한 영화 9편을 특별 상영할 예정이다.

"북한의 모든 문화예술은 혁명적 수단의 일환"

BIFAN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에는 언제나 그곳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 상상이 가장 응축돼 나타난다"며 "미지의 나라, 미지의 영역이었던 북한 영화들과 만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BIFAN을 통해 소개되는 북한 출품작 9편은, 국내 3만 탈북민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규탄하고 있는 북한 인권의 참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영화제를 통해 북한 김정은 체제를 미화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의 대북 인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대북안보 전문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의 문화예술은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라, 수령과 당의 방침을 문학이나 영화를 통해 구현시키는 '혁명 영화'"라며 "(북한이) 순수한 영화라고 홍보해도 결국 정치적으로 연결된다. 순수한 북한 예술영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원장은 "헌법상 반(反)국가단체인 북한 체제를 선전할 우려가 있는 영화를, 북한에 저작권료를 국민 세금으로 지불하고 국내에 들여와 상영한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52조(2016년판)는 '국가는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주체적이며 혁명적인 문화예술을 발전시킨다. 국가는 창작가, 예술인들이 사상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많이 창작하며 광범한 대중이 문예활동에 널리 참가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유 원장은 "북한 영화가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 있다면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영화제 측이) 이적 목적을 가지고 상영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국보법을) 원론적으로는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北영화 9편 저작권료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

그간 북한 영화나 영상물은 관계 법령 상 '특수자료'에 해당, 기본적으로 일반 상영이 엄격히 제한됐다. 이처럼 제한적으로 상영돼 왔던 북한 영화는 이번 BIFAN을 통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공개된다.

BIFAN은 북한 영화 상영을 위해 올 초 통일부 승인을 받아 민족화해협의회에 작품상영 허가 및 북한 감독, 배우 등의 방한(訪韓)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감독, 배우의 BIFAN 방문은 아직 북한의 확답이 없는 관계로 미정이다. BIFAN은 "폐막일(22일)까지 북측의 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특별 상영을 위해 관계 정부 부처인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한국영상자료원, 경문협이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가정보원도 이러한 과정에 협조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국정원에 직접 문의한 결과 "해당 사항은 소관기관이 관계법령에 따라 승인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원과는 무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 영화 수입 과정에서, BIFAN이 부천시, 경기도, 영진위 등에서 받는 기금이 포함된 영화제 예산을 북한에 저작권료로 지불했다는 것이다. 관계 부처 및 단체는 영화 9편에 대한 저작권료로 얼만큼의 금액이 소요됐는지 답변을 꺼렸다.

BIFAN 관계자는 "영화제 및 정식회계감사 절차가 마무리된 뒤 정보공개신청을 하면 공개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액수를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답했고, 경문협은 이와 관련된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도별 공탁금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만, 1건 1건에 대해서는 경문협에 문의해야 한다"며 "경문협에서 밝히기를 꺼린다면 (통일부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9천100만원에서 1억9,500만원이 공탁되고 있다"고 했으나 그 이상의 답변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경문협 저작권료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언론 질의가 상당히 많았지만 이 이상의 답변을 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특별 상영 '北영화 9편' 들여다보니…

BIFAN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북한 영화는 <우리집 이야기>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불가사리> 등 장편 3편과, 단편 6편으로 구성된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까지 총 9편이다.

이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영화는 '우리집 이야기'다. 이 영화는 2016년 제15차 평양국제영화축전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2016년 개봉했다. 부모를 잃은 삼남매와 그들을 돌보는 소녀의 '감동 실화'를 그렸다고 알려졌으나, BIFAN 홈페이지에서 해당 영화에 "체제 선전 장면이 등장한다"는 문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화평론가 모은영씨는 BIFAN 홈페이지를 통해 "후반으로 갈수록 체제 선전적인 설정과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며 당시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희석시키기 위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집 이야기'는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무료로 상영된다. 주말을 맞아 인근 주민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가사리'는 쇠를 먹고 자라는 괴수 불가사리에 관한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모은영 평론가는 "북한의 역사해석이나 사회적 맥락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이라며 "어린아이의 동심과 어린의 양심을 동시에 지난 한국적 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공중곡예 여성 단원 '김영미'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꿈을 이뤄내는 과정이 영화의 백미(白眉)로, 2012년 토론토영화제와 평양국제영화축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요'를 놓고 BIFAN은 "한때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을 자랑했던 북한 만화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함은 물론, 북한이 꿈꾸는 최첨단의 도시라는 미래 청사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김종원 평론가는 BIFAN 홈페이지를 통해 "장수하고 있는 시리즈물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평가되는 놀이공원이나 물놀이장 등이 배경으로 등장, 발전하는 평양과 최근 북한을 묘사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유동열 원장은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이러한 북한 영화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에 상당한 우려의 뜻을 표했다.

유 원장은 "영화제 측에서 이 영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제한적으로 상영한다면 몰라도, 전 국민에게 접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북한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북한의 '문화 공작'에 말려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BIFAN의 북한 영화 상영을 시작으로 남북영화교류는 본격적인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5일 출범한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문성근·오석근)는 2019년 6월 개최 예정인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문성근 위원장은 최근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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