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거리행진 후 "분노와 원망 뿐... 법외노조 취소하라"
  •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위원장 조창익)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위원장 조창익)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뉴데일리 정상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위원장 조창익)이 6일 문재인 정부에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 및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연가·조퇴 투쟁을 벌였다.

    연가투쟁은 현직 교사인 조합원들이 집회 참가를 위해 집단적으로 휴가 내지 조퇴를 내 학교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사실상 파업과 같은 행위다. 이번 투쟁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벌어진 두 번째 연가투쟁이다. 첫 집회는 지난해 12월 진행됐다.

    전교조 소속 2천 명(전교조 추산)의 교사들은 이날 서울 세종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교육적폐 청산을 위해 14개월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며 "법외노조 통보 취소와 노동 3권 쟁취를 위해 끝가지 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약속에 대한 답이 없는 지금, 야속한 마음은 원망으로, 원망은 분노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오직 직권취소가 정답"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이 지지부진할 경우,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몸을 던져 단식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의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조 위원장은 16일부터 단식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본 집회 1시간 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여 대열을 갖추고 행진을 시작했다. 대열의 선두에 선 조합원들은 연신 꽹과리와 장구을 치며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법외노조 직권취소, 대통령이 결단하라"는 구호를 연신 부르짖으며 세종로를 가로질렀다. 경복궁 인근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던 외국 관광객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웅성거리기도 했다.
  • ▲ 전교조는 본 집회 1시간 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여 대열을 갖추고 행진을 시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 전교조는 본 집회 1시간 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여 대열을 갖추고 행진을 시작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4시 30분께 전교조 조합원 2천여 명이 사랑채 인근에 도착했다. 민중의례와 임을위한행진곡 제창을 시작으로 본 집회가 시작됐다. 집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자 전교조의 정부 규탄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자 행사 진행 중 한 주민이 "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고 소리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김용섭 전교조 사무처장은 "세상을 바꾼 건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1,700만 촛불이었다"며 "(전 정부에서) 온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전교조를 탄압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직도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청와대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직권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김의겸 대변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창익 위원장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취해 편견과 오만에 가득찬 브리핑을 했다"고 맹비난하며 "청와대가 끝내 직권취소가 불가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와 이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집회 마무리 즈음, 전교조 조합원 40명에 대한 삭발식과 '법외노조'라고 쓰여있는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잇따라 진행됐다. 조창익 위원장은 "전교조는 이미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중환자"라며 "(법외노조라는) 족쇄를 풀어주지 않고 교육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5만 규모의 노조를 정부가 이토록 가벼이 여긴다면,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정부'로 남을 수 없음을 경고한다"며 "전교조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며, 법외노조 통보 취소와 노동 3권을 쟁취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해산했다. 

    전교조는 지난 2013년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즉각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사안은 현재 대법원에서 29개월째 계류 중이다.

    전교조는 이날 연가투쟁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는 원천무효"라는 주제로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