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순 변호인 "억울하다는 이상호 기자 이해 안가"
  • 고(故) 김광석 부인 서해순(53)씨를 남편과 어린 딸을 살해한 '핵심 혐의자'로 지목한 이상호(50·사진) 고발뉴스 기자와, 서씨의 법률대리인인 박훈(52) 변호사가 최근 고인의 타살 가능성을 일축한 경찰 발표를 두고 첨예한 입장 차를 보여 주목된다.

    먼저 이상호 기자는 지난 3일 자신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긴 경찰에 대해 "실망스럽고, 황당하다"며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이 기자는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기자는 "영화 '김광석'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서해순씨의 가처분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기각됐기 때문에 경찰 수사 결과도 낙관적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사건 당시가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 검찰에 사법처리를 요청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항고심 재판부는, 김광석씨는 물론 서해순씨가 이미 일반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며, 자살에서 타살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제시한 다양한 의혹들이 대체로 뒷받침할 만한 근거에 따른 것이고 나아가 알권리에 해당되는 것들었기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해 그 침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줬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경찰은, 20여년전 경찰의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반성하기 보다는 진실추구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언론의 문제제기를, 사건 당시가 아닌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 검찰에 사법처리를 요청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이 기자는 "경찰은 명예훼손 적용의 근거로 서해순씨가 사회·문화 분야 비호감 순위 1위에 꼽힌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10만명도 채 되지 않는 영화 '김광석' 관객 보다는, 서씨 본인이 JTBC 뉴스룸 등에 출연해 보인 태도와 발언 내용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큰 데에도, 모든 책임을 다큐멘터리 영화에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여 황당하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앞으로도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일지라도 중대하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김광석법' 제정 등에 대한 노력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경찰의 수사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이와 관련, 서씨의 입장을 대변하는 박훈(사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이 서해순씨에 대한 인격 살해성 명예훼손에 대해 단죄를 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이 기자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작년 9월 불어닥친 광기의 바람. 수사기간 만 7개월 조사받은 사람들만 46명, 내가 경찰에 이 번에는 엉뚱한 말이 안 나오게 철저하게 광범위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결말이 지어질 것을..

    이상호씨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사와 형사를 혼동하면서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 사건인데... 자신이 소송을 자초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큰소리 쳤으면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할 것인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박 변호사는 "이상호씨는 그 동안 서울경찰청 및 민사 사건 법정에서 국민의 알권리, 표현의 자유 범위내의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이점에 대해 ▲객관적 자료도 없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던 점, ▲판결문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점, ▲이야기만 듣고 충분한 추가 취재 없이 이를 표현했던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주장을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상호씨는 위와 같은 수사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인격 살해 피해자인 서해순씨에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계속적으로 동일한 주장을 하면서 고집을 부린다면 그것은 파국일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씨가 이 기자와 영화 '김광석'의 영화사 대표·제작이사, 김씨의 친형 김광복씨 등 4명을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이 기자, 영화사 대표·제작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김광복씨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광석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면 이같은 의혹 제기를 한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봤으나, 합리적이고 객관적 자료 없이 이 기자 등이 '서씨가 살인 핵심 혐의자'와 같은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광복씨는 영화 '김광석' 제작에 소극적으로 관여했고, 서씨의 친딸 유기치사 혐의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판단해 명예훼손 및 무고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기자와 영화사 대표·제작이사가 영화 '김광석'에서 서씨를 68회 등장시키면서 서씨를 남편과 딸을 살해한 혐의자로 간주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냈고, 이 기자가 기자회견·SNS 등을 통해 서씨가 강압적으로 고 김광석의 음악저작권을 시댁으로부터 빼앗았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변사기록·부검감정서·사망진단서와 ▲서씨와 시댁의 저작권 소송 기록, ▲부검의·119구급대원 등 사건 관련자 34명을 조사한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모두 허위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과거 부검 결과를 보면 고 김광석의 사망 원인은 자살로 결론났었습니다. 고인이 숨지기 직전 PC통신 대화방에서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등 자살을 암시하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한 서씨가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살해했거나 그대로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 역시 당시 변사기록과 부검감정서,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봤을 때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됩니다."  

    경찰 측에 따르면 서씨에 대한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주문에 이 기자는 "취재수첩과 인터뷰를 녹화한 테이프가 홍수로 소실됐다"며 이를 제출하지 못했고, 영화 '김광석'에 출연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전문가들 역시, 참고인 진술 조사에선 "자신의 말한 의도가 왜곡·편집돼 영화에 담겼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기자는 SNS 등을 통해 서씨의 오빠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라고 주장했으나, 서씨의 오빠는 그러한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8월 이 기자가 영화 '김광석'을 통해 고 김광석과 서연 양이 타살됐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서씨를 유력한 혐의자로 지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 기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연 양이 사망한 사건을 재수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고 김광석의 친형 김광복씨는 지난해 9월 서씨를 유기치사·소송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의 지휘를 받아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1월 10년 전 자신의 딸 서연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이 사실을 숨겨 저작권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다는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서해순씨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같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직후 서씨는 이 기자와 김광복씨 등을 명예훼손과 모욕, 무고 등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냈다.

    한편 서씨는 이 기자와 고발뉴스, 김광복씨에게 각각 3억, 1억, 2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제기, 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