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정치 부활 조짐… '86그룹' vs '진문' 경쟁에 문 대통령 국정 운영 '부담감'
  •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추미애 대표.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과 추미애 대표. ⓒ뉴시스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Moon·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부엉이 모임'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서도 계파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친문(親 문재인) 색채가 뚜렷해졌다. 이로 인해, 자칫 이번 8·25 전당대회를 계기로 '진문 대 비문' 분열 구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당대표 선거에 대다수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인 권리 당원들 비중이 높아지면서, 친문 내부 경쟁이 한층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권리 당원 투표 비중은 이번에 40%로 상향됐다.

    이종걸 "우물에서 숭늉 찾아서야"

    민주당 당대표 도전자 중 비문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은 4일 친문 의원들이 수년 전 결성한 것으로 알려진 '부엉이 모임'에 대해 간접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런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형태의 작명되는 모임들이 항상 국민들 정치 관심의 정서 속에서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고 또 그것이 살아남기도 하고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 찾으면 안 된다"면서 "이때 우물가에 온 우리들에게 국민들이 지시하고 지지해주고 있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도 부엉이 모임의 한 일원이지만, 친문인 걸 강조하려는 게 아니라 당내 주류 세력과 끈을 붙잡고 있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계파 모임으로 부각될지는 몰랐다"고 토로했다.

    전해철 "조직적 실체 아닌 친목 모임"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될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일부 후보들이 저마다 친문임을 자처하면서 '누가 부엉이 모임의 주축이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복심인 '3철' 전해철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자신이 친문 대표 주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 의원은 부엉이 모임 논란이 생긴 당일 바로 계파 색채 지우기에 집중했다.

    그는 3일 인터넷 언론 뉴비씨에 출연해 "친목 모임처럼 한두 달에 한 번씩 정도 하는 모임"이라며 "조직적으로 하려 하면 늘 또 친노·친문 모임이라고 (비판)해서 조직적으로 하진 못하고 그냥 의원들끼리 이심전심으로 해온 것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초 취지가 문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필요한 일을 좀 더 긴밀하게 하는 역할을 하자고 해서 비공식적으로 한 것"이라며 "회장, 부회장이 있는 조직을 갖춘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부엉이 모임' 안에서는 친문 단일화 급물살

    하지만 의원들이 자신들의 구상을 이야기하는 공론장인 부엉이 모임에서는, 전해철·최재성·김진표 의원 간의 친문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이인영·송영길 의원 등의 '86그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의 출마설이 나돌자,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친문을 넘어서 진문, 뼈문(뼛속까지 문재인)이라는 자기 규정은, 다른 주자를 '비문'으로 역규정한다는 점이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문 대통령에 대놓고 부딪치는 '반(反)문'은 없지만, 친문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할 경우 존재하지 않던 비문 세력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제세 "친문 너무 내세우면 오히려 부작용"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인 오제세 의원은 3일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차기 당권과 관련, "친문을 너무 내세워서 하는 건 오히려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지 않을까 본다"며 "종전에 (자유한국당을) 봐도 친이(명박계)냐, 친박(근혜계)이냐 해서 좋은 게 없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선거 특성상 언론이 프레임을 부각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일부 주자들이 이런 구도에 얹혀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민주당 내부에선 불편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당대표 후보 경쟁은 계파로 가를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성격과 자질·공약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당에서 경고하는 바와 같이, 지난날 '진박'(진짜 친박)이라는 말을 널리 알리며 계파 다툼을 벌이다 존폐의 위기를 맞은 한국당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