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대박, 정부가 박차나?"… 전문가 3인 토로

"탈원전 외치는 나라에 원전 건설 맡기겠나… 사우디 원전, 정부가 걸림돌" 한 목소리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04 17:29:35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해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기념촬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원전은 양국 관계에서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22조원 규모의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민관 합동 전략회의가 지난 2일 열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범(凡)정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3일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해외 원전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최대 주주'는 1년 이상 꾸준히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인데, 정부 스스로 역량을 총동원해 해외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자타공인 원자력 전문가 3명의 일관된 지적이다. 세 교수의 '탈원전 정책' 비판을 정리했다.   

◆ 정범진 “탈원전 아니었다면 한국 중심 2~3개국만 경쟁했을 것”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 원자력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유일한 걸림돌이 탈원전"이라며 "사우디 원전 수주 성패(成敗)는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30일 한국을 포함한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을 사우디 신규 원전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당초 예비사업자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으로 추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수주전(戰)에 뛰어든 5개국 모두 선정됐다. 한국이 타국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음에도, 5개국이 경쟁하게 된 것은 한국의 탈원전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는 "전세계가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알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함께 알고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원전은 몇년만 손 떼고 있으면 경쟁력이 사라진다”며 “이승만 때부터 키운 원자력이 이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관두기에는 너무 분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백운규 장관의 ‘범정부적 역량 결집’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가 원전 수출을 도와주겠다는 태도를 믿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원전시장은 '패키지 딜'"이라며 "정부 부처가 원자력 관계자만 모아 지원을 논할 게 아니라, 대통령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원전 수주 입찰에 나설 때 루브르박물관 분관 설치도 제안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원전 수출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가 교육, 문화, 국방을 총동원해서 지원해야 한다"며 "(백 장관의 발언이) 립서비스인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정용훈 “한국이 '협상 지렛대'로 이용만 당할까 걱정”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한국 탈원전은 이제 1년이지만, UAE 원전 사업이 아주 잘 되고 있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성능도 좋다"며 "현재로서는 장점(기술력)이 단점(탈원전)을 상쇄하고 있으니 사우디에게 한국은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교수는 "예비사업자 5개국 중 탈원전을 말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사우디 입장에서, '한국 원전을 쓰고 싶지만, 정작 한국은 탈원전을 하고 있으니 뭘 믿고 저 나라 원전을 지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우디에 건설할 원전은 기본적으로 60년 이상 가동할 것들이다. 그마저도 미국은 60년 허가 받은 원전을 20년 연장해 가동하고 있는데, 한국은 고리 1호기(40년)을 비롯해 일반적 기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정 교수는 "구매자는 60년 이상 쓸 물건을 사려고 하는데, 정작 판매자 스스로는 40년도 쓰지 않는다면 의문이 들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지금 사우디 원전을 짓는다 해도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현 정부 정책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가 마지막 원전이다. 이 원전이 60년 운전하고 문 닫을 때 상황을 상상해 보라. 국내 원전은 멸종됐지만 한국이 건설한 사우디 원전은 10년 이상 더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우디 입장에서 한국의 원전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미국은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현재 파산 상태라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고, 프랑스는 한국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평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안정성과 해외 원전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3세대 원자로 'APR1400'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정 교수는 "사막에 원자로를 지으며 공사기간, 가격 모두 검증이 됐기 때문에 사우디에게 한국은 만점이지만 탈원전이 유일한 약점"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합리적 수준으로 다시 손보지 않는 한 최종사업자가 되더라도 가격협상에서 유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 만큼 사우디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안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원전이 이러한 성능에 이 정도 가격인데, 너희가 이 정도 가격으로 맞춰주면 안 되겠느냐'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이 사우디에게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지만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원자력은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다. 사람이 직업을 택하면 정년까지 길면 30년으로 잡지만, 원전은 60년이다. 높은 부가가치를 내면서 오래가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직접고용과 파생고용을 합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정부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분야를 오히려 없애겠다고 하니 답답하다."

◆ 주한규 “원전 관련 중소기업 사라지면 해외 원전 누가 짓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역시 "사우디 원전 예비사업자로 5개국이 그대로 선정된 것은 한국의 비합리적인 탈원전과 최근 한수원의 신규원전 부지 해제가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미루어볼 때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당연시 됐음에도, 앞서나가지 못한 것은 결국 탈원전과 원전 부지 해제가 큰 감점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한국이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국내에서 탈원전을 지속했을 때 생길 부정적 여파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만일 해외원전 수주를 하더라도, 실제 지으려면 5~6년은 있어야 하는데 국내 탈원전 여파로 일감이 없어진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다"며 "고령 운전은 일부 정지를 하더라도, 신규 원전은 지속적으로 건설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사우디는 한국의 원자력 경쟁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신고리 3호기가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신고리 3호기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APR1400'이 적용된 원전으로, UAE에서 성공한 이력도 있다.

신고리 3호기는 지난 2016년 12월 준공 이후 389일 동안 한 번의 정지 없이 안전운전했다. 그는 "3세대 원전의 첫 모형인 APR1400으로 1년 이상 한 번도 정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원자력 기술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고 극찬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이 국가 기조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우디가 한국을 예비사업자로 포함시킨 것은 탈원전 정책이 나중에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 교수는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8차로 갈 때 신규 원전 6기를 취소하긴 했지만, 이처럼 계획이 바뀔 수 있는 것처럼 9차에서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보지 않았겠느냐"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달 21일 '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으로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에 지정된 신규원전 부지가 해제된 점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6년간 확보했던 부지를 해제한 것은 돌이킬 수 없다"며 "재선정이 어렵기 때문에 같은 지역을 다시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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