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 조선일보-JTBC 오보 공방의 팩트

JTBC 손석희 앵커의 말과 기자의 발언 서로 달라… 둘 중 한명이 '거짓말' 한 셈

양원석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6.29 18:32:31
▲ 5월29일자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 화면 캡처

비선 실세 국정농단 파문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 태블릿PC'를 놓고 조선일보와 종합편성채널 JTBC가 '서로 오보를 냈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JTBC는 최근 태블릿PC 관련 보도를 주도한 손용석 기자 이름으로 '[취재설명서]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 정정보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약 한 달 전인 5월29일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가 쓴 칼럼 '허위 사실 유포' 변희재씨 구속이 찜찜한 이유에 대한 반론 형태를 취한 위 기사는, '최순실 태블릿PC'를 둘러싼 JTBC의 공식 해명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 2016년 10월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뉴스를 전한 JTBC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의 발언. ⓒ 화면 캡처

JTBC의 위 기사는 표면적으로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을 겨냥하고 있지만, 내용은 최순실 태블릿PC 관련 자사 보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위 기사에서 JTBC가 기존의 입장에서 반 걸음 정도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두 매체의 신경전은 '최순실이 태블릿PC롤 이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실제로 고쳤는지 여부'에 모아져 있다. 이에 대한 JTBC의 보도는 비교적 일관돼 있다.

우선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2016년 10월 26일 뉴스 진행 중 “최순실씨가 태블릿PC를 들고 다니면서 연설문도 고치고 회의자료도 보고 받았다고 보도를 해 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뉴스에서 “그 동안의 보도는 대부분 태블릿PC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도 덧붙였다. 

JTBC가 고영태의 말을 빌려 같은 내용을 보도한 사실도 알 수 있다.

“고 씨는 '최순실 씨가 탭을 끼고 다니면서 수시로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고 수정한다'는 말을 했고, 이성한 씨가 이를 부연했습니다.…(중략)…고 씨는, 최순실이 하도 많이 고쳐서 (태블릿) 화면이 빨갛게 보일 지경이라는 표현도 했었습니다.” 

-JTBC 심수미 기자, 2016년 12월 8일자 보도 [단독 공개] JTBC 뉴스룸 '태블릿PC' 어떻게 입수했나. 

*미디어워치 28일자 [손용석 취재설명서를 반박한다] JTBC의 언론기관으로서 양심을 요구한다  중 인용.

그러나 손용석 기자는 위 기사에서, “하지만 해당 태블릿으로 문건을 직접 수정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손 기자는 “당시 리포트에서 태블릿PC로 최씨가 직접 수정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이 부분 손용석 기자의 기사 내용 원문은 이렇다.

“(최보식) 칼럼에 나온 마지막 문답에서는 JTBC가 최순실 태블릿으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첨삭 수정했다고, 오보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략)  JTBC는 2016년 10월 24일 태블릿PC 속 최순실 파일을 처음 보도하면서, 최 씨가 드레스덴 연설문 등 국가 기밀문서를 사전에 받았고, 이 중 일부 문서는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태블릿으로 문건을 직접 수정한다는 보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당시 리포트에서 오히려 태블릿PC로 최 씨가 직접 수정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위 기사 내용은, 앞서 언급한 손석희 사장의 발언과 모순된다. 분명한 것은 손석희 사장과 손 기자 가운데 한 사람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석희 “최순실이 태블릿 들고 다니며 연설문 고쳐”

손석희 사장의 뉴스 멘트, 심수미 기자의 기사 내용을 고려할 때, '최순실이 태블릿으로 문건을 직접 수정한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는 손 기자의 변명은 옹색하다. 국정농단 사건을 다룬 대부분의 언론이 '최순실이 태블릿으로 대통령 연설문 등을 고쳤다'는 JTBC 보도를 인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보식 칼럼은, 최순실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과수 연구관의 증언을 바탕으로, 태블릿PC 관련 의혹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문서 수정기능도 없는 태블릿으로 어떻게 대통령 연설문을 고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대표적이다. 이것 말고도 최보식 칼럼은 JTBC가 해당 태블릿을 보관하고 있던 기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 설치된 사실, 사진 폴더가 통째로 삭제된 사실 등이 밝혀졌다면서,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 국과수 제공 ‘파일시스템정보’ 파일 중 AR북 설치기록. ⓒ 미디어워치 화면 캡처


◆최순실 태블릿에 설치된 앱, 삭제된 사진 폴더...진실은

JTBC가 태블릿을 보관하던 중 앱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사진 폴더가 삭제됐다는 것은, 누군가가 임의로 해당 기기에 접속해 작업을 했음을 방증한다. JTBC가 이들 의혹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태블릿 보도 전체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훼손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JTBC는 이들 의혹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JTBC는 먼저 최보식 기자가 법정 속기록의 내용을 자의로 해석해, 의미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연구원의 “예?”라는 반문을 “그렇다”로 바꿨다는 것. 사진 폴더 삭제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보식 기자가 속기록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칼럼에 담았다고 했다.

JTBC 기사를 재반박한 미디어워치는, 국과수의 포렌식 보고서를 근거로, “속기록의 해석과 관계없이 JTBC가 태블릿을 가지고 있던 기간 중, 앱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앱 프로그램 설치 관련 미디어워치 재반박 기사 중 일부.

“JTBC의 대용량 앱 설치에 대한 국과수 회신. 

국과수가 제공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중 '파일시스템정보' 2,792행부터 3,026행까지, 무려 234개의 행이 ‘AR북’이라는 앱의 설치기록이다. 설치 날짜는 JTBC가 태블릿을 만지고 있던 2016년 10월 20일이다. 'T맵'과 '디오딕3'라는 앱 등도 같은 날 설치됐다. 이런 앱 모두가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2016년 10월 18일)한 이후, JTBC에 의해 설치된 것이라고 국과수 자료는 증명하고 있다.”

JTBC가 태블릿을 가지고 있던 기간 중 사진 폴더가 통째로 삭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미디어워치 측은 “사진 폴더 삭제는 국과수 포렌식 자료에 기록된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과수가 제공한 ‘파이널 모바일 포렌식스’ 보고서 37쪽에는 '사진 폴더를 뜻하는 DCIM 폴더가 2016년 10월 23일 삭제됐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23일도 역시 JTBC가 태블릿을 가지고 있을 때다.” 

▲ 국과수가 제출한 '파이널모바일포렌식스' 보고서 37쪽, 사진폴더(DCIM) 삭제 기록. ⓒ 미디어워치 화면 캡처

◆카카오톡 대화 복구? '한글 복원'과는 다른 의미

'최순실 태블릿'을 둘러싼 의혹은,  주류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 분위기가 급격하게 왼쪽으로 기운 탓이 크다. '박근혜 탄핵'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JTBC 보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의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언론도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고 팩트를 기준으로 사안을 다시 본다면, '최순실 태블릿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다. 

손용석 기자가 기사를 통해 의혹을 항목 별로 반박한 사실은, 최순실 태블릿을 둘러싼 잡음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최군실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국과수 연구관의 법정 증언을 계기로, '태블릿 조작설'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디어워치는 ▲카카오톡 대화방 복구 ▲태블릿에 저장된 최순실 외조카 사진의 출처 ▲태블릿 저장 파일의 변경 원인 등 쟁점과 관련해, JTBC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국과수 연구관의 진술 혹은 보고서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JTBC는 “태블릿에 저장된 카카오톡 대화를 복구했다”는 국과수 발언은, '내용을 알 수 있는 한글로의 복원이 아니라, 단순히 프로그램 열기 기능을 실행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워치가 검찰의 태블릿 포렌식 보고서에서 발췌해 올린 사진을 보면,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에 대한 판독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 미디어워치가 검찰 포렌식보고서에서 발췌한 카카오톡 복구 이미지. ⓒ 기사 화면 캡처


◆최순실 외조카 사진...”태블릿으로 찍었다” vs “누군가가 심었다” 

태블릿안에서 발견된 최순실 외조카 장OO씨 사진의 출처도 논란거리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은 “JTBC 취재진이 최순실 조카 사진 등 일부 사진을 태블릿PC에 의도적으로 심었다”는 주장을 폈다. JTBC는 “국과수 연구관은 이 사진들이 모두, 태블릿PC가 개통된 지 사흘 뒤인 2012년 6월 25일 해당 태블릿PC로 직접 촬영된 것이라고 밝혔다”고 반박했다. JTBC의 주장이 사실이면, 변 대표 등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그러나 미디어워치는 국과수 보고서를 인용해 “JTBC가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디어워치가 소개한 국과수 보고서 44쪽 내용. 

“장OO 사진은 (저장된 다른 사진과) 파일명, 생성일시, 수정일시에 차이가 있으며, EXIF 정보도 다른 파일과 다르게 구성돼 있어, 본 카메라로 촬영된 파일의 원본으로 볼 수 없다.”

▲ 최순실 외조카 장OO씨 사진. ⓒ 미디어워치 기사 화면 캡처


◆태블릿 저장 파일 변경...“자동 업데이트 탓”, “업데이트로는 변경 안 되는 파일도 있어”

태블릿에 설치 혹은 저장된 파일이 변경된 이유를 두고도, JTBC와 미디어워치는 상반된 입장이다.

최순실 태블릿을 조사한 검찰에 따르면, 기기에 저장된 파일 5,659건이 업데이트 됐다. 그 이유에 대해 JTBC는 “태블릿을 구동하면 자동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고, 미디어워치는 “자동 업데이트만으로는 상태가 변경될 수 없는 파일도 포함돼 있다”고 받아쳤다.

손용석 기자는 “국과수 연구원은 태블릿PC가 켜진 이후 생긴 수 천개의 파일 대부분 자동 업데이트 파일들이라고 밝혔다”며, “JTBC 취재진이 청와대 행정관 등과 짜고 태블릿PC를 사전에 입수했다거나, 의도적으로 파일을 심었다는 조작설은 모두 거짓”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미디어워치는 “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무엇’이고, 이들 파일 중에는 자동 업데이트로는 결코 설치·수정·삭제되지 않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 미디어워치가 공개한 검찰 포렌식보고서 내용 중 일부. 저장 혹은 설치된 파일의 변경 상태를 보여준다. ⓒ 기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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