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비박 김성태 사퇴·김무성 탈당 촉구… 혁신 비대위 구성 두고 '갑론을박'
  • ▲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모습. 뒷모습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모습. 뒷모습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쇄신안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당내 잠복해있던 해묵은 계파 갈등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5시간 이상 진행된 의총은 '친박 목을 쳐라 메모 사태'를 일으킨 박성중 의원에 대한 징계 요청,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요구,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 등 난상토론이 벌어지며 실속없이 끝났다. 

    김성태 권한대행이 발표한 '당 혁신안 실행'에 대한 논의도 미흡하게 매듭지어지면서 갈등만 커진 것으로 보인다. 

    친박 vs 비박 갈등

    친박과 비박과의 갈등이 정면 충돌했다. 비박계 박성중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완구,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을 메모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성중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한 모임에서 나왔던 '친박들이 당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한다. 당권을 잡으면 우리(복당파)를 칠 것이다'라는 참석자들의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갈등만 부추겼다.

    메모에 이름이 거론된 김진태, 이장우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의원의 제명 등 징계를 주장했다.

    이장우 의원은 "계파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 메모가 작성된 복당파 모임에 김성태 권한대행도 참석했다는 사실을 문제로 지적하며,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은 원래 물러나야 될 사람이다"라며 "당권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 있는 모임에 김성태 대행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 자신은 아닌 척 계파를 청산하자고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고 비판했다.  

    성일종 의원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전날 탈당했으니, 비박계인 좌장인 김무성 의원도 탈당해야 당내 계파 갈등이 사라진다"며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사퇴' 여론 솔솔

    김성태 권한대행의 사퇴 여론은 생각보다 거셌다. 친박 의원들을 제외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성태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왔다. 김 권한대행이 일방적인 당 혁신안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신상진 의원은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이 있는데 사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인물이 바뀌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서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사퇴를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쇄신안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며 "당원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국회의원들끼리도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과 옳고 그름을 떠나서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리된 게 아니기 때문이 (김성태 원내대표 사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비대위 구성 '걸림돌' 잔뜩

    김성태 권한대행의 사퇴 문제 등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한동안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 쇄신도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이날 "나부터 수술대에 드러눕겠다"고 공언하며, 자신의 구상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초·재선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의 일방통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의총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혁신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루고, 8월 말까지 당 혁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말까지 나왔지만, 김 권한대행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김 권한대행은 마무리 발언에서 자신이 발표한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이 마무리 발언에서 "혁신비대위로 가자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니 어떤 저항이 있어도 가겠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의원이 전했다. 

    정용기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김성태 권한대행의) 마지막 태도를 보면 오늘의 의총 목적은 나를 따르라였다"며 "나를 따르려면 따르고 말라면 마라는 식은 안 된다"고 성토했다. 

    정 의원은 "자기를 흔들지 말라는 식이었다"며 김 권한대행의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선동 의원도 "김성태 원내대표가 자기 말만 하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막판에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결론을  낸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혁신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데 이의가 없으니 나는 떠나겠다고 말하고, 자신이 비대위를 주도할 것처럼 하니까 의원들 사이에서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대출 의원도 이와 관련해 "혁신 비대위든 TF든 갈등을 빚는 형태로 가면 안 된다"며 "중립적 사람들이 참여하는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초·재선 의원들은 오는 25일 모임을 갖고 혁신 비대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