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 발생 국채 두 종류 국제금융시장에 출현, 거래 자체가 위법
  • ▲ 2003년 북한이 발행한 액면가 5000원, 1000원권 인민생활공채(왼쪽부터), 1950년 발행한 액면가 100원권 인민경제발전채권(오른쪽). ⓒ 한국예탁원 증권박물관 화면 캡처
    ▲ 2003년 북한이 발행한 액면가 5000원, 1000원권 인민생활공채(왼쪽부터), 1950년 발행한 액면가 100원권 인민경제발전채권(오른쪽). ⓒ 한국예탁원 증권박물관 화면 캡처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국제적으로 북한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채권'이 금융시장에 출현해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채권은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오래전에 경제가 붕괴돼 국가 신용도 자체를 평가할 수 없게 된 북한의 휴지 조각 채권이 갑자기 나타난 배경에 전문가들은, “미북회담으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북한이 개혁 개방에 나설 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 나돌고 있는 북한 채권은 '인민경제발전채권'과 '인민생활공채' 두 가지 종류다. 1949년부터 1950년 사이 북한 최초로 발행된 ‘인민경제발전채권’은 6.25 전쟁 자금 확보 차원에서 발행됐으며, 1960년 10월 1일이 만기였다. 이 채권의 발행 규모는 당시 북한 화폐 기준으로 약 1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김정일이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하면서, 2013년을 만기로 한 '인민생활공채'가 새로 발행됐다. 두 채권 모두 만기 때 원금 상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두 종류의 채권은 만기 연장 여부를 떠나 북한 이외의 지역에서 일체 거래가 불가능하다. 거래 자체가 UN의 대북 금융 제재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감시기관인 ‘국제금융센터’ 측은, “북한 채권의 투자와 거래는 불가능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북한 채권에 대한 투자와 거래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가 여전히 관심을 보이는 근본 이유는, '북한 관련 일부 자산 및 무형의 권리'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과 '북한 국가 채권'을 같은 것으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30여 국가 140여개 은행은, 북한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국제 협조 융자)을 실행했다. 북한은 1984년 3월 신디케이트론 대출 원금과 이자를 더 이상 갚을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했다. 당시 대출 실행에 나선 은행들은 1987년 채권단을 공동 구성한 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북한 소유 자산에 대한 압류도 실시했다. 10년 뒤인 1997년에는 프랑스계 국제금융기관인 BNP파리바가 6억8천만 마르크(당시 약 4,550억원)를 주고 위 채권을 양수했다.

    'BNP파리바'는 이 권리를 담보로 만기 10년 짜리 채권 ‘NK Debt Corp’을 발행했다. 이 채권의 만기는 계속 연장돼 2020년 3월까지 늘어났다. 문제는 일부 투자자가 북한 국채를 ‘NK Debt Corp’와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채권은 'BNP파리바'가 발행한 것으로 북한 국채와 전혀 다르다. 물론 대북 제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아 실제 거래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BNP파리바가 수익성도 기대하기 힘든 채권을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전문가들은 “향후 남북이 통일되면 한국 정부가 위 빚을 대신 변제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통일 후 독일 정부는, 과거 동독이 빌린 채무 일부를 대신 상환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금융상품은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상품으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며 신중한 투자를 조언했다.